매일신문

이대표 개헌논의 배경

신한국당내에서 개헌 논의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회창(李會昌)대표가 21일 "국민 대통합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게 나의 생각"이라며 그동안 물밑에서만 진행되던 권력구조개편 논의의 물꼬를 튼 것이다.

이에 따라 내각제를 매개로 한 보수대연합과 책임총리제를 통한 후보간 연대 등 권력구조 개편을둘러싼 모든 가능성이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국당 이대표가 이날 권력구조 개편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3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지지율이회복되지 않고 있는 현 국면이 지속되면서 독자적인 정권 창출이 불가능한 상황이 오면 자민련김종필(金鍾泌)총재를 비롯한 타 정파와 연대할 수 밖에 없다는 속사정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있다.

이대표는 이날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과거와 달리 사회가 다기능화, 다원화되는 시대에서 대통령 1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현행 대통령제의 골격변화를 시사한 뒤"대통령제에는 책임총리제와 같은 대통령제 등 여러가지가 있다"고 말했다.이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내각제보다는 현행 대통령제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권력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지금의 대통령제가 과연 헌법취지에 맞느냐에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통령제로는 책임총리제 밖에 할 수 없다"며 대통령과총리의 권한을 분담시키는 책임총리제의 제도화에 강조점을 뒀다. 권력구조 문제에 대한 이대표의 이같은 조심스런 접근은 김윤환(金潤煥), 이한동(李漢東)고문 등이 주장하고 있는 보수대연합이나 내각제를 매개로 한 자민련 등과의 연대에 대한 민주계 등 당내의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을 의식한 것이다.

서석재(徐錫宰), 서청원(徐淸源)의원 등 민주계 중진들이 내각제를 매개로 한 보수대연합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고 이우재, 홍준표, 이신범, 김문수의원 등 당내 초선의원들도 22일오전 국회에서 '초선의원 모임'을 갖고 "이대표가 제창한 대통합의 정치가 보수세력을 중심으로한 보수대연합으로 흘러가는 것을 반대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이대표의 정체성 회복을 지적하는 등 보수대연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대표는 이를 의식,"나는 그동안 대통합의 정치를 얘기했지 보수대연합에 대해서는 얘기한 바없다"면서"대통합의 정치는 보수와 개혁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 함께 가는 것"이라며보수대연합과 거리를 뒀다.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과 강재섭(姜在涉)대표정치특보도"정치권에서보수대연합을'수구연합'으로 보고 있는데 이대표의 대통합은 그런 뜻이 아니다"며 뒷받침했다.물론 그는 '내각제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한계를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며 내각제 개헌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대표의 권력구조 개편구상은 그러나 그의 지지율이 최소한 2위로 올라서야 주도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지율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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