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자금설 폭로배후는?

"이총재 주도…청와대 묵인설 유력"

정국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비자금 의혹 제기사건은 과연 누가 주도하고 있는가. 이것이 정가의 최대관심사다. 이는 향후 정국의 흐름을 어느 정도 예측케 하는 부분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이번 사건을 터뜨린 장본인인 신한국당 강삼재(姜三載)총장의 얘기는 일단 시민과 금융계의 제보에 의해 이루어진 비의도적 사건이며 또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누가 될까봐 사후에 이를 보고했고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도 결재를 받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대통령은 9일 오후이총재와의 단독회동 계획을 부랴부랴 취소했고 이총재도 "불행한 일"이라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이들은 이전투구판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이사건을 강총장의 단독기획으로 믿는이는 거의 없다.

또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신한국당의 제보에 의한 자료수집 주장에 고개를 내젓고 있다. 검찰이나국세청,은행감독원 등 정부기관들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그래서 정가는 이번 비자금사건의 주도세력을 놓고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선 청와대와신한국당 등 여권 핵심부의 조율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관련자료나 증빙서류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확보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있는 데다 사안의 성격상 청와대까지 불똥이 튈수 있다는점에서 더욱 그렇다는 논거다. 조금 더 나아가 김대통령이 3김청산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되어있을 것이란 추측아래 정치판을 한번 뒤흔들고 있다는 풍설도 있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이보다는 이회창총재 주도설이 조금 더 많은 편이다. 최근 청와대비서실은 난조상태를 보이면서 내부적으로는 김대중총재에게 정권을 넘겨줘도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자포자기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김대통령이 1백%% 승산도 보장되지않는 싸움에 또 다시 운명을 걸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 등 정부기관에 포진한 경기고인맥들이 이총재에게 자료를넘겨 주었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이를 바탕으로 이총재측이 사활을 건 승부수를 띄웠을 것이란 짐작이다.

이총재측인지는 몰라도 신한국당측 주도가 다소 신빙성이 있는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신한국당의 결연한 의지다. DJ가 쓰러질때까지 무차별공세의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자칫 92년대선자금재거론의 파장이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직접 간여하기는 어렵다는 추측이다.신한국당의 모고위인사도 "청와대쪽보다는 이총재쪽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총재쪽은 어차피 DJ를 꺾는 길은 돈 문제를 거론, 상대적으로 도덕적이고 참신한 이미지를 다시 세우는 전략이고 특히 이 기회에 3김청산을 치고 나오는 게 대선승리의 핵심포인트로 간주하고 있는것 같다"고 소개했다. 다만 정가에서는 당에서 설령 주도했을지라도 청와대측이 이를 사전에 알고는 있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어쨌든 이총재가 강총장의 보고를 최종 재가했다는점은 틀림없다.

또 김대중총재의 당선을 막기 위한 범여권세력들의 정보제공설도 나오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가에 눈길을 끄는 대목은 청와대가 이번 비자금.파일 폭로의 배후조종자로 이번 사건을 통해 진흙탕싸움을 유도, 김대중총재와 이회창총재를 모두 타격받게 함으로써 이인제(李仁濟)전경기도지사를 돕기 위한 고도의 전략일 것이라는 얘기다. 설득력은 다소 없는 편이다.이에 비해 국민회의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신한국당측 뿐만 아니라 정보기관 등이 개입한 것으로추정하고 있다. 국민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문건은 95년쯤 모기관이 작성한 것을 다시 끄집어낸 것으로 이원종(李源宗)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이 한보사태와 김현철비리사건 당시 이를 활용하려다 효과가 없을 것 같아 취소한 바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회의측은 폭로 며칠전 모기관 간부 2명이 강총장과 함께 비자금.파일을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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