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딸, 딸, 딸, 딸, 딸, 또 딸.
최종수(63.대구시 북구 산격동), 이봉희씨(58) 부부에겐 딸이 자그마치 일곱이나 있다. 은영(34),소영(32), 진영(30), 기영(28), 필영(27), 혜정(24), 희진(22).
둘째까지는 멋도 모르고 낳았고, 셋째는 모두 다 아들이라 카디만 또 딸이고, 넷째부터는 겁이덜컥 납디더. 악에 받쳐 계속 낳았지만 다섯째부터는 우예아아들(생각밖의 아이들)입니더 어머니이씨는 그래도 시어무이께서 일본서 빼딱구두 신던 하이칼라여성이라서 딸 일곱낳도록 뭐라 하지는 않십디더 라고 고마워했다.
그때는 집사람이 악을 쓰고 아들 낳을라캅디더. 금방 아를 낳아 정신이 없으면서도 또 낳겠다안그럽니꺼 아들낳을 욕심에 닭생간이다 뭣이다 좋은 약을 다 챙겨주었지만 효험이 없었다. 아들출산의 염원을 담아 딸들의 이름을 깨미 (셋째), 꼭지 (넷째)로 달고 다섯째는 마칠 필자를넣어 필영으로 지었지만 그것도 효과가 없었다. 최씨는 답답해서 유명역술가도 찾아보았다. 아들이 없겠다고 했다. 그길로 내심 포기해버렸다. 하지만 이후에 딸을 낳았을때도 그는 큰 꽃다발을안고 다섯딸과 함께 병원을 찾아갔을만큼 자상했다.
둘째딸은 부부가 없는 사이 집에 온 손님이 막걸리를 억지로 먹여 뇌막염을 앓았고 결국 말을 잃어버리기까지 됐다 그래도 나는 집사람한테 딸만 낳았다고 지천(역정) 안했심더. 조물주가 꼭 내겉은 놈한테 딸 푹푹 부어놓는갑다, 그래 생각했지예 뭐
한때 사업이 번창했을때의 최씨는 딸들을 학교까지 차로 태워다주고 데려왔으며, 특히 둘째딸은10여년간 무용학원에 줄곳 데려다줬을만큼 헌신적이었다. 귀가할땐 꼭 간식보따리를 들고왔다. 아내인 이씨가 학교에서도 아부지가 설치고, 나는 뒷전입니더 라며 질투할 정도로 딸들에게 사랑을 쏟아부었다.
사업이 기울어져 몇몇은 대학에 보내지 못한 것이 이들 부부에겐 늘 짠한 아픔이다. 하지만 딸들은 아들없이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모두 효녀노릇을 톡톡히 했다. 노래며 미술, 기악, 스포츠 등에서 소질이 있어 부모를 즐겁게 했고 제앞가림도 다 잘해서 마음든든하게 했다.딸 다섯을 시집보낸 지금은 딸들끼리 자매계를 만들어 매달 둘째 일요일 저녁에 최씨부부를 초청, 다섯사위가 톡톡히 아들노릇을 해준다. 여름 휴가철엔 딸부부와 함께 20여명씩 대부대가 돼놀러도 간다. 요즘 우리부부는 기로븐게(원하는것) 없심더. 회묵고 왔는데 딸들이 또 회사오고,멀쩡한 시계도 새로 사주고…. 아들이 없어도 행복합니더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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