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축구 한일전이 남긴것들

○…월드컵 최종 예선전 한일전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일본팀에게 무기력하게 0대2으로 패하자PC통신 나우누리, 천리안 등에는 '우리나라 대표팀이 일부러 져준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글들이 수백건이나 올랐다.

2일 PC통신 천리안의 '가자 프랑스 월드컵으로'란 게시판에는 "완전 사기다. 일본전은 봐주고 수비만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의 로비에 극찬을 보낸다. 정치적으로 뭔가 있다","차감독은 계속팔짱만 끼고 있었다. 우리팀이 지고 있을 때면 차감독은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소리 소리를 질렀을 텐데 그냥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등 경기 내용이 석연치 않음을 주장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국축구가 일본의 덫에 걸려 모처럼 일기 시작한 국내축구붐에 악영향을 주지않을까 우려되고있다.

붉은 악마 증후군을 낳는 등 전국을 축구열기로 후끈 달궜던 차범근사단이 1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98프랑스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숙적 일본에게 0대2로 완패함에 따라 급상승세에 제동걸렸다.

이미 프랑스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고는 하지만 숙적 일본과의 라이벌전에서 1골도 넣지 못하고시종 끌려 다니며 패한 것은 국민들의 큰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은셈이 된것.

정근홍씨(3·삼성물산 홍보과장)는 "기대이하의 플레이로 축구열기가 다소 누그러질 수도 있다.남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경기를 잘 마무리, 내년 국내 프로리그는 물론 본선까지 축구열기가 식지않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축구 지역 예선 한·일경기에서 일본이 막강한 한국을 상대로 전반에만 연거푸 2골을뽑아내자 일본의 TV중계방송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일본의 멋진 축구경기"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전반 2분여만에 먼저 한골을 뽑아내자 지난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의 경기에서 처럼또다시 동점골을 내줘 무승부를 내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으나 다시 한골을 추가하자 안심이 되는듯 찬사를 쏟아냈다.

○…한·일전이 끝난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는 비록 일본에게 0대2으로 어이없는 패배를 당해허탈함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지만 관중들은 차분히 패배의 아쉬움을 삼킨채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여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인.

경기 내내 열띤 응원전과 함께 종이조각들이 허공에 뿌려져 또다시 관중석이 쓰레기로 가득찰 것이라는 우려가 앞섰으나 이런 걱정은 경기가 끝난 직후 종이를 줍는 어린 학생들의 고사리손과자원봉사자들의 열성으로 말끔히 씻어졌다.

특히 혼신의 힘을 다해 응원전을 펼쳤던 '붉은악마'들은 경기종료 직후 미리 약속한 '클리닝 타임'을 이용해 관중석이 완전히 빌 때까지 남아 쓰레기를 줍고 응원석 뒷마무리까지 말끔히 해 '경기에는 졌어도 응원문화에서는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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