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책과 사회

올해 팔순인 아버지께서는 서점을 자주 찾으신다. 때론 젊은이들이 즐겨 읽는 책을 관심있게 보시고 그책을 한권 사시는 기쁨을 누리곤한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생일이나 명절때는 물론아무 때나 수시로 책을 선물하신다.

나도 틈만 나면 서점에 들러 필요한 책을 많이 사는 편이다. 그러나 자식들 각자의 전공에 맞는책과 며느리 손주들 책까지 선택하시는 아버지의 안목을 나는 따라갈 수가 없다.아버지에게 받은 책은 언제나 책꽂이에 자리잡고 "왜 빨리 읽어주지 않아?"하는 표정으로 나를응시하며 괴롭힌다. 바쁘다는 이유로 책 읽기를 게을리하기에 아버지에게 즐거움을 드리지 못하는죄송함때문이다.

며칠전 또 한장의 편지가 갈피에 낀 책을 아버지로부터 받았다.

아버지의 편지내용은 이랬다."책은 남는 시간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모자라는 시간으로 읽는 것이다. 지금 이나라가 이지경까지 된 것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사회가 점령되어 무지가 지혜보다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우리사회는 책을 통해 양식과 인격을 쌓은 사람보다는 경박한 졸부가 더 우월한 자리를 차지했음을 확연히 알수있다. 책을 등한시 해온 우리의 잘못이 지금의 이 난국을 더 부채질 해왔을 지도 모를 일이다.

코 앞으로 다가온 대선. 대통령후보의 선택기준역시 개인의 감정적인 기준보다는 지금까지 우리가책을 통해 닦아온 지혜에서 선택해야 겠다.

〈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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