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며칠전 제주공항 출구장(出口場)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노신사부부가 골프채와가방을 끌고 나서는 길인데, 누군가가 스쳐가는 말로 '지금이 어느 땐데…'라고 했다. 노신사는 기분이 매우 언짢아 그사람을 불러세우고 '내돈으로 골프치러 왔는데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추궁했다. 오가는 말이 고울리 없고, 고성(高聲)으로 이어지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모두들 노신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지금이 어느땐데…'라고 한마디씩 거들자 노신사는 큰 창피를 당했다고 한다. 달러모으기·금붙이 내놓기등 외환위기를 넘기려는 사회운동이 번져나가고 있는 이때 '내돈 쓰는데웬 간섭이냐'고 반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부 부유층과 그 자녀들에 국한된 행태(行態)이긴 하지만,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흥청망청하고 있다는 보도는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외제차를 굴리던 사람들도 중고차시장에 내놓고 쓰임새를 줄이는등 자숙하는 분위기가 역연한 요즘이다. 특히 젊은층 일부가 하룻밤 술값에 1백만원이상을 스스럼없이 뿌리고 있다는 소식은 어느나라의 모습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10대·20대를 겨냥한 상품이나 서비스업종은 호황이란 얘기들이 사실인 것같다. 20대 경우 가계(家計)에 책임이 없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겁없이 쓰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위기다. 그렇다고 위기다, 위기다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만 있어선안된다. 위기가 기회란 말도 있지만, 지금은 전진과 도약을 위한 '준비기'라고 보면어떨까.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확산된다면 희망이 넘칠 것이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이렇게 쓰고 있다. '봄바람이 차별없이 들판을 불어온다 해도 살아있는 가지만이 움을 틔운다'고. 준비하지 않으면 내일의 열매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