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경제사범에 대해서는 일반사범에 비해 관대하게 다루어온게 사실이다. 세상이 떠들썩한 금융사고가 터져도 시간이 지나면서 유야무야 되어버리니 이야말로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쥐 한마리격이 고작이었다. 이것은 역대 정권이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고수, 기업인을우대한 탓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정경(政經)이 유착한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우리 정치권은금융계에 압력을 행사, 기업인에 불법 대출을 해준후 그 대가로 막대한 정치자금을 얻어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보 사태가 그렇고 수서(水西)사건이 또한 그랬다. 따져보면 정계와 재계(財界)그리고 금융계가 한 통속이 됐으니 누가 누구를 나무랄 처지가 못됐다. 그러니 자연 그 결과는 준엄한 치죄(治罪)보다는 눈가림식의 정치적 해결이 비일비재였다. 이러한 정경유착의 비리는 '지배는 하되 책임을 지지 않는' 우리 기업 풍토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고 봐야한다. 내로라하는 재벌그룹 회장쯤되면 계열 회사 돈으로 그룹 회장실과 기획조정실을 운영, 거액의 비자금을 떡 주무르듯 했다. 회장들은 경영에 관련된 지시와 보고를 받았지만 경영상 책임은 전문 경영인인 '대표이사'에게 돌아간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거액의 정치자금 조달이 용이하고 이러한 기업 운영의 허점은 정경유착의 고리로 연결된다고 봐야한다. 이런 측면에서 김대중차기대통령이 재벌총수에게 경영 책임을 묻기로한 것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처'라고 봐도 무방할 것같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당초의 뜻이 변질,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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