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2)-판사까지 돈받는 세상

은행원이 거액의 고객돈을 빼내 잠적하고 대학교수가 교수채용에 돈을 받아 챙기고 형사반장이유부녀를 간통 협박, 돈을 뜯어내는등 엘리트 전문직종의 타락과 부패가 지탄의 대상이 되더니,이번엔 판사가 사건담당변회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해서 또 한번 경악케한다.썩지않은 곳이 없는 우리사회에 그래도 법과 양심의 최후 보루라고 여겨왔던 법조계일각마저 부패했다는 사실은 사회전반의 도덕적 몰락을 예고하는 거나 다름없다는 느낌이다.변호사 수임비리를 수사중이던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비리에 연루돼 조사하고 있던 한 변호사의자금추적과정에서 몇몇 판사들에게 무통장입금방식으로 최고 1억원까지의 뇌물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판사재직중에 받은 돈은 변호사개업비용으로 빌린 돈이며, 이를 모두 갚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해명은 교수임용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은 서울대치대교수가 처음엔 받았다가 되돌려줬다고 주장한 정황과 매우 비슷해, 이번에 불거진 법조비리도 같은 맥락으로 유추(類推)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도 뇌물을 받아놓고 대가성없는 돈이라고 우겼지만, 포괄적뇌물죄에 해당돼 유죄판결이 난바있듯이 아무리 변명해봐야 판사들이 돈받은 것도 업무와 관련된 뇌물로 여기지않을 수 없다. 의정부지청은 변호사·판사들의 비리를 적발하고도 그동안 보안조치를 취해왔다고 하는데, 사회정의실현과 형평성에도 벗어난다. 물론 피의자의 인권보호차원이라고 말 할 수 있겠으나, 여태까지 다른직종의 범법자들에 대해선 그렇게 보안조치를 해온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유죄판결을 받을 때까지는 무죄추정'이라는 형사소송법상의 정신에 부합시키려는 행동은 옳은 것이지만, 성역없는 부패척결을 바라는 국민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고 보는 것이다.

판사·변호사들의 비리와 함께 검찰도 깨끗한지 자성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최근 대구에서 부장검사부부를 사칭, 6억원을 사기한 사건이 불거져 '검사면 안되는 게 없는 모양'이라는의구심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부장검사행세를 한 피의자는 법복과 법전을 버젓이 방안에 갖춰두고 법원경매물건을 알선해준다는 미끼로 사기행각을 해와 전국적인 피해액은 20억원에 이를것이라하니 기가 찬다. 검사라면 사족을 못쓰는 풍토도 개탄스럽지만, 검찰이 그처럼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둘러왔는지 의아스럽다. 일반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계기가 돼야한다.차제에 법조계전반의 자정운동이 가시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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