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레니엄 버그 2000년이 컴퓨터엔 1900년으로

2000년까지는 앞으로 불과 6백60일. 2000년이 가져올 대표적인 재앙인 '밀레니엄 버그(Milleniumbug)'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한창이지만 지역에서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보이지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정, 기업회계 등에서 적지않은 혼란이 예견되고 있으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밀레니엄 버그란 현재의 컴퓨터 시스템이 연도의 끝부분 두자리만을 인식, 2000년에 이르면 1900년대와 구분할 수 없게 돼 작동오류 등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2000년 표기문제는 Year와Kilo의 첫자를 따 'Y2K'라고도 쓰인다.

밀레니엄 버그가 가져올 혼란은 가령 1998년 3월1일자로 3년만기 적금에 가입할 경우 만기는2001년 2월말일이 되지만 컴퓨터는 거꾸로 1901년 2월말로 인식, 이자계산이 마이너스가 돼버릴수 있다. 또 1999년 12월분 세금이나 공과금을 연체했을 경우 2000년 1월에는 컴퓨터가 1900년 1월로 인식, 연체계산이 엉망이 될 가능성도 크다.

세계 각국은 이미 수년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 모색에 적극 나섰고 국내에서도 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 LG, 현대 등 주요 그룹들은 계열 SI(시스템 통합) 업체에 전담팀을 두고 계열사의 컴퓨터 2000년 표기문제 해결을 진행중이다. 가장 직접적인영향을 받는 금융기관도 2000년 표기문제 전 과정을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Y2K 솔루션'도입에적극적이다.

지역에서는 대동은행이 지난달 종합 온라인시스템 재구축을 완료, 가동함으로써 밀레니엄 버그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고객들의 통장을 살펴보면 종전에는 두자리로 연도가 찍혔으나 지난달이후 발급된 통장에는 연도 네자리가 다 찍혀있음을 알 수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초부터 종합온라인시스템 개선작업에 들어가 올해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 온라인시스템이 드러낸 그동안의문제점과 함께 2000년 표기문제도 해결한다는 방침. 두 은행은 내년에 본격화될 금융기관 상호간연결테스트만 끝나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과 대기업 지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2000년 표기문제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시의 경우 지난달부터 각 구청과 사업소에 기초조사를 지시했으나 본격 작업은 예산이 없어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행정전산 프로그램은 상당부분 중앙정부에서 제공하지만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수천개나 돼 상황이 시급하다는게 시관계자의 설명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역기업 대부분이 밀레니엄 버그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IMF시대에 연도표기 문제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으나 회계, 구매 등에서 컴퓨터프로그램의 혼란이 불가피해 자체적인 연구가 없을 경우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때문에 내년에 가서야 허둥지둥 한개당 수십, 수백만원짜리 외주 프로그램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입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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