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공포된 뒤 벤처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벤처는 우리나라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인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해결하고 21세기 국가 경제를이끌어갈 유일한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6일 제3차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중소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해 일자리를창출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여당은 유망벤처기업에 대해 무이자 또는 무상으로 자금을 대출해 주는 파격적인 금융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벤처 상황은 어떠한가. 소위 벤처에 속하는 지역 기업들은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이고 기존 중소기업 가운데 벤처로의 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지역 모 벤처지원기관의 투자액 90%가 타지역으로 유출된 사실은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지역에서 중소기업 상담, 자문을 하는 박모씨(45)는 최근 벤처 때문에 낭패를 봤다. 평소 자문을해 주던 중소기업을 벤처로 전환하려고 시도했으나 벽에 부딪히고 만 것. 총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5%로 맞춰 벤처로 인정받으려 했지만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벤처특별법 시행령은 공인회계사에게 증명서를 발급받으라고 규정했지만 도대체 어떤 항목들을 연구개발비로 포함시켜야할 지 명쾌하게 알고 있는 공인회계사가 없었다. 결국 장기 저리로 공급되는 벤처기업 지원금은'그림의 떡'인 셈.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넉넉잡아 2천개. 반면 미국은 연간 70만개 벤처기업이 새로 탄생한다. 미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벤처기업 육성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신기술창업지원단 김호기 단장은 국내 벤처기업의 문제점을 크게 5가지로 분석했다. 창업 기업수 절대 부족, 산·학 연대 미흡, 벤처캐피털 산업 미약, 창업에서 기업공개까지 성장단계별 금융지원 미흡, 주식시장 저개발로 인한 투자자금 회수 곤란 등.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보수적인 성향에다 취약한 산업구조 탓에 벤처가 발붙이기 더욱 어렵다.섬유업계에선 '기술 개발하면 망한다'는 말이 기업주들 사이에 정설로 됐다. 수년간 어렵게 신기술을 개발해봐야 다른 업체에서 1~2개월이면 금방 따라하기 때문이다.
대구창업투자 신장철 부장은 "벤처산업의 3대 축인 벤처기업, 벤처캐피털, 코스닥시장(장외주식시장)을 함께 육성하는 정부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며 "무엇보다 기술개발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역기업주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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