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설서 두권 출간

-'너는 어디서 와서…''어두울때는 등불을…' 선정(禪定)에 든다.

그러다 어느 점. 묻는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그러나 선사는 답이 없다. 대신 '교아절치'(咬牙切齒). '질문한 납자를 노려보며 부득부득 간다'(禪師便對着他咬牙切齒).석상경저선사(807-888)와 한 납자간의 선문답이다.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를 묻는 학인의어리석음에 분통이 터져 이를 부득부득 갈아댄 것이다. 석상의 답은 결국 불법대의는 말로는 설명해줄 수 없는 심행처멸(心行處滅)의 구극(究極)적인 것이란 얘기다.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세계. 화두(話頭)는 선사상의 응결체다. 군더더기가 없이 간명직절한말, 대화의 선 경지, 속인의 대화와는 격을 달리하는 깊이. 거물선사들의 화두를 풀어쓴 두권의 책이 나왔다. '너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이은윤지음) '어두울 때는 등불을 켜라'(윤재근 지음).

'너는 어디서…'는 화두 해설집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벽암록''무문관'등에 나와 있지 않은 유명한 화두를 중심으로 엮었다. "세상에 가장 값진 것이 무엇이옵니까?" "사묘아두"(死猫兒頭). "…". 조산선사(840-901)는 아무도 값을 매기지 않으니 가장 귀하고 값지다는 말로죽은 새끼고양이 대가리를 '던졌다'.

'교류수불류'(橋流水不流)는 선적(禪的) 사고의 극치를 보여준다. '다리가 흐르는 것이지 물이 흐르는 게 아니다'. 쌍림대사(497-569)는 긍정과 부정의 초월, 무분별의 분별, 분별속의무분별을 체득한 것이다.

윤재근교수의 '어두울 때는…'는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에 이어 저자 특유의 기지와 풍자를 느낄수 있는 에세이와 선사들이 남긴 50여가지 화두를 수록하고 있다.금우스님(709-788)은 언제나 점심때가 되면 몸소 밥통을 가지고 나와 승당 앞에서 춤을 추며 껄껄대고 말했다. "보살아! 밥 먹어라". '금우반통'(金牛飯桶)의 화두를 붙들면 속인들은면목없게 된다. 밥만 축내는 미련둥이란 사실이 선연해지는 까닭이다.

마음이 스산해진 요즘, 번뇌로 너덜이 난 마음들. 선의 맛을 헤아릴수만 있다면, 그래도 덜할텐데…화두를 밥알로 여기고 꼭꼭 씹으면 이런 저런 생각들이 녹아 버린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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