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2만원을 달라는 딸아이를 오늘도 빈손으로 학교에 보냈습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이렇게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IMF사태로 졸지에 실직자가 된 김영복씨(48.대구시 동구 효목1동). 미장 기술자로 일하면서도 '자존심' 하나만큼은 팍팍 세우고 살았다. 그러나 여섯달째로 접어든 실업자 신세.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만 보면 고개가 수그러든다. 일거리를 찾아 공사판을 헤매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온 4월 어느날, 김씨는 급기야 부엌에서 극약을 마셨다. "죽고 싶다는생각뿐이었어요. 죽을 고비를 넘긴 뒤로는 악착같이 살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처럼 딸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 날이면 흰죽을 소화하기도 버거운 위장에쓴 소주를 쏟아붓는다. 1주일째 공공근로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넉달째 밀린 월세며 아이들급식비, 관절염을 앓는 다리를 끌고 취로사업에 나선 아내의 약값이나마 마련하려면 한달을더 기다려야 한다.
"묵묵히 견디고 있는 아내, 나이보다 어른스러워진 아이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습니다" 김씨가 자랑삼아 내놓은 큰딸(15)의 성적표. 반에서 40등을 밑돌던 딸이 아버지의 실직 이후 오히려 10등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모아둔 성적표를 볼 때마다 다짐합니다. 자식들이 사각모를 쓰고 대학을 졸업할 수 있도록 반드시 다시 일어설거라고…"
김씨 가족처럼 무능력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 고통받고 때로는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이웃이 있다면이들이 IMF라는 길고 깜깜한 터널을 헤쳐나가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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