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놀랄만한 일들이 벌어져 있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살벌해져서 그렇겠지만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기록이 세워져 있기 일쑤다. '밤새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그야말로 실감나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 그래서 이즈음 사람들은 흔히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을 하는 모양이다. '국산 소프트웨어의 전설', '한국의 빌 게이츠'로 일컬어지는 등국내 소프트웨어의 신화를 낳으면서 우리의 자존심으로 통해왔던 한글과 컴퓨터(한컴)의 'ㅎ.ㄴ글'(아래아 한글)이 이젠 전설 속으로 들어가게 될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이 분야의업계는 물론 사용자들에게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사용률의 80%를 차지하면서도 실제 정품구매자는 10%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불법복제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한컴은'속빈 강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전국 1만개 초.중.고등학교에 1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전국 대학을 중심으로 1백만장의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무료배포하는 등 집요한 공략을 벌였다. 한컴의 ' ㅎ.ㄴ글' 프로그램은 지난 89년 이찬진 사장 등 서울대 재학생들에 의해 개발돼 국내 소프트웨어업계에 화려하게 데뷔, 세계에서 유일하게 'MS워드'를 이기고 국내시장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그동안 MS사의 집요한 공략과 시장변화 예측에 따른 신제품 개발에 발빠르게대처하지 못하고, 불법복제를 당연시했던 소비자 풍토가 겹쳐 백기를 든 셈이지만 반성해야할 대목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한컴은 소비자에게는 앞으로 1년간 기술 지원을 할 예정이라지만 사용자의 처지에서는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시장을 석권한데 이어 한국시장까지 장악할 기세를 보이고 있는 MS사가 국내 워드 프로세서 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지만 한컴의 재도약 신화를 다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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