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오페라 원효와 투란도트(김태수 논설위원)

신라 고도 경주(慶州) 불국사(佛國寺)와 중국 베이징(北京) 자금성(紫禁城)이 올가을 잠시화려한 야외 오페라 무대로 조명받게 돼 음악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불국사-자금성 야외공연

'98경주세계문화엑스포' 축하공연으로 장일남의 창작오페라 '원효'(元曉)가 불국사 경내 야외특설무대에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공연되며, 중국을 배경으로 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이보다 조금 앞선 9월 5일부터 13일까지 자금성에서 야외공연으로 펼쳐지게 되기때문이다.

작품의 배경이 된 고장의 야외에서 오페라의 막이 오른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뿌리는 이두 오페라 공연은 세계적인 지명도나 규모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비교하기 민망스러운면마저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 정신의 깊이를 담은 창작오페라 '원효'의 경우도 음악애호가들에게 결코 적지 않은 의미를 안겨준다.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우리 오페라를 널리 알리는기회를 만들고, 지역 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일 것으로도 기대되기 때문이다.OOS(Opera in Original Site) 주관으로 자금성에서 펼쳐지는 '투란도트'는 세계적인 명성을얻고 있는 주빈 메타가 지휘하고, 유명한 중국의 영화감독 장예모가 연출을 맡아 관심이 증폭된다. 더구나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 '피렌체 5월음악제'오케스트라·합창단을 비롯 1천명의 출연진이 동원되는 매머드 공연이며, 궁정 결혼식 장면은 장관을 이룰 것으로 기대돼 매력을 더해준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날 공연이 끝난 뒤 무대의 배경이 되는 인민문화궁전의출입문을 활짝 열고 출연진과 관객들이 함께 하는 '갈라 디너'가 베풀어질 예정이어서 한층끌리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 20년간 자금성을 배경으로 '투란도트'를 상연하자는 서방측의 제의를 완강히 거부해온중국 정부가 지난해 봄 이번 공연을 허가한 것은 관광객 유치 때문이라는 소문도 들린다.이미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공연이 중국에 안겨줄 경제적 효과를 10억 달러로 추산한바도 있다. 야외공연의 성패를 좌우하는 최대의 변수는 날씨이므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청명한 날씨가 계속되는 9월초로 공연 일정을 잡았다고도 한다.

---향토성악가 30여명 참여

한편 신라시대의 고승 원효의 사상과 생애를 집약해서 부각시키는 김민부 대본(법정·서경수 구성)의 오페라 '원효'는 '춘향전' '왕자 호동' '견우직녀' 등을 작곡한 장일남의 역작으로 이번 공연은 각별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야외공연으로는 처음 시도되며, 작곡자가 직접지휘하고, 오페라 연출가로 정평있는 김효경이 연출을 맡았을 뿐 아니라 향토에서 활동하는성악가 30여명 등 출연진 3백여명이 의욕에 단단히 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71년 김자경오페라단이 서울에서 초연했으며, 95년 글로리아오페라단이 두번째로 공연한 바있는 전 4막의 이 오페라는 신라시대의 분황사가 주요 배경이며, 원효와 그를 사모하는 요석공주를 중심으로 욕망의 허무, 원효의 '무애행'의 깊은 의미를 떠올린다. 우리나라 오페라사상 사찰에서는 첫 공연이라는 의미도 간과할 수 없지만, 경주문화엑스포를 계기로 외국인들에게도 우리문화의 진수를 예술적 교감이 비교적 쉽게 되는 오페라로 보여주게 된다는 의미가 강조돼야 할 것 같다.

---지역오페라 새지평 기대

대구시립오페라단(예술감독 김완준)은 이 작품의 깊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부각시키기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무대가 사찰의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지도록 배려하고, 특수조명으로 극적 효과를 극대화할 움직임이어서 기대해볼만도 하다.

이번 '원효' 공연이 지구촌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가까이 다가서서 우리의 문화와 정신의뿌리를 부각시키는 적극적인 계기를 만들며, 지역 오페라의 새 지평을 열어보이는 '열린 무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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