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해탈교와 공중전화부스

'아는 것 만큼 보인다'는 말은 이제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명구가 되어버렸고 여행지에서 답사책을 옆에 끼고 다니는 사람들도 어렵지않게 만나게 된다. 그러나 사전에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우리 문화를 접한다하여 당연히 문화의 진수가 보이게 되는 것은 아닌 것같다. 오히려 책을 통해 알고 있는 지식들을 확인하고자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아름다움에 빠져볼 수 있는 여유를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피서삼아 가족들과 경상도지방의 몇몇 사찰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평소 우리문화에 관심이많으신 친정아버지를 모신 여행이니 내심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컸고 기대만큼 즐거움도느낄 수 있었다. 지금껏 전문용어처럼 느껴왔던 배흘림기둥, 팔작지붕, 맞배지붕, 탱화, 불상의 형태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감상했다. 그러나 나의 즐거움은 사찰과 잘 어우러진 꽃들의 색, 사찰 뒷담의 고즈넉함, 부도밭 위로 펼쳐져있는 장엄한 소나무숲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느낄 수 있는 우리만의 숨결같은 것, 그런 것들은 우리 것에 대해서 알고싶은 끝없는 호기심과 나의 눈과 손으로 직접 보고 만지고 싶은 애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속세와 산문을 연결해주는 해탈교 바로 앞에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한다는 이유만으로 공중전화부스를 설치해 버리는 식은 우리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것이며 경제적인 문제와는 더더욱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다. 우리문화를 보전하기위해 큰 계획들을 세우기 전에 함부로 대하고 손상시키는 문화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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