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자유경선 승복해야

국회가 두달이 넘는 장기마비 끝에 가까스로 원구성의 기초를 마련함으로써 정치회생의 기대를 갖게한다. 자민련 소속의 박준규(朴浚圭)의원을 자유투표방식에 의해 국회의장으로 선출함으로써 일단 무국회(無國會)상태를 면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을비롯한 숱한 민생 경제현안을 처리하지못했으나 시급한 경제난 극복과 남북문제등 국정과제들을 챙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장선출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과 야당의 복잡한 당내사정으로 원구성의 마무리가순탄치 못할 것 같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이면서 경선에서 패배하자 여당의 공작정치를 비난하고 국회에서 퇴장해 남은 국회 부의장선출, 상임위원장 선출등이 지연되고있기 때문이다.이에따라 오늘 예정된 김종필 국무총리서리 임명동의안 처리도 기약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같은 여야갈등에 의한 국회의 파행을 보는 국민의 입장에선 회망과 좌절이 교차하고 있는것이다. 더욱이 의정사상 최초로 자유투표에 의한 경선으로 국회의장을 뽑았다는 점에서 그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선출직후 나머지 일정을 거부하고 국회에서 퇴장한 것은 국민의 정서에 맞지않는 잘못된 처사라 하겠다. 설사 여당의공작에 의한 투표결과라 하더라도 그것이 눈앞에 드러나지아니한 이상 투표과정의 위법성을전제로 국회퇴장의 모습을 보인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이번 국회의장선출의 자유경선방식은 한나라당에서 제안한 것이고 그같은 방식의 선출과정에서 야당내부의 이탈표가 나왔다고 이에대한 불만을 다른 의사진행에까지 걸림돌이되게 한다는 것은 의회주의 방식에 어긋나는 처사라 하겠다. 한나라당은 당내 사정이 국회운영에 장애가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일단 자유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국회정상화에 적극협력해야 한다. 여당의 조작이 있었다면 증거를 가지고 따지는게 순서다.

그러나 여당은 의장선거에서 이겼다고 자만해선 안된다. 재적의원의 과반수를 넘지못하는당선의 의미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야당과의 원만한 대화와 타협정신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선출된 박의장도 여야의 합의에 따른 당적이탈을 지켜야할 것이고 그것이가지는 국회운영의 중립정신을 실천에 옮겨야한다. 아울러 식물국회로까지 전락한 국회위상을 다시 정립하고 국난기의 국회가 가야할 생산적.능률적 운영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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