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꺼야'

영화를 만들겠다고 모스크바로 무작정 상경한 소년 비탈리 카네프스키가 53세에 처음으로만들어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신인 감독상인 황금 카메라상을 거머쥔 영화 '얼지마, 죽지마,부활할꺼야'.

강간 혐의로 8년간 투옥되는 바람에 40대에 모스크바 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하는등 웬만한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감독의 삶만큼 영화는 삶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과 애정을 보여준다.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2년째인 1947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크 북쪽에 위치한 자그마한회색 탄광도시 '스촨'을 배경으로 감독 자신의 어린시절을 자서전적으로 그려나간다.가난에 찌든 칙칙한 탄광촌에 사는 13세 소년 '발레르카'는 식구라고는 술집 바텐더로 생계를 꾸리는 엄마 '니나' 뿐이다. 옆집에는 동급생 여자 친구 '갈리야'가 산다. 탄광촌 안에는 일본군 포로수용소와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

발레르카와 갈리야의 눈에 비치는 세상을 큰 축으로 당시 러시아의 사회상이 여과없이 펼쳐진다.

단지 5센트를 벌기위해 몸을 파는 발레르카의 엄마, 임신을 해 수용소를 빠져나가려는 10대소녀의 호소와 절규, 멸시와 천대속에 '엔카'를 노동요 삼아 부르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본군 포로, 희망없는 내일을 한탄하며 보드카를 찾는 러시아 노동자들이 다큐멘터리적인 기법으로 전달된다.

나지막하고 애절한 엔카와 소란스럽고 힘찬 러시아 노동자들의 노래가 기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직업 배우가 아니다. 그래서 화면은 투박하지만 마치 삶의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듯 생생하다.

발레르카 역의 파벨 나자로프는 카네프스키 감독이 레닌그라드의 뒷골목에서 발탁한 실제 '거리의 소년'으로 영화 촬영이 끝난 뒤 거리로 되돌아가지만 카네프스키감독의 후속 영화 '눈오는 날의 왈츠'와 '우리, 20세기의 아이들'에도 출연한다.

영화의 제목은 러시아 아이들의 놀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영어 제목은'Freeze,Die, Come toLife'.

예술영화 전문 수입.제작사인 '백두대간'에서 배급하며 이달 개봉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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