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8년전 위안부 끌려간 누님 내년 추석엔 함께 보냈으면....

"내년에는 꼭 누님과 함께 고국에서 추석을 보낼 수 있겠지요"

15세때 일본군 위안부로 팔려가 현재 중국 길림성 훈춘시에 살고 있는 조윤옥 할머니(73.본지 9월21일자 27면)를 만나고 돌아온 동생 조용직씨(69). 지난달 25일 58년간의 긴 기다림 끝에 사흘밤낮의 짧은 해후를 마치고 돌아온 그가 추석을 앞두고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생사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기쁘지만 성주에서 태어난 누님이 어처구니 없이 북한국적으로 분류돼 고국땅을 밝을 수 없다는 게 너무나 한스럽습니다"

조윤옥 할머니는 15세 때 양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청진의 위안소로 팔려갔고 해방 후 중국인들이"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청진"이라고 대답하는 바람에 북한 국적을 갖게 됐다는 것. 중국인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살고 있는 할머니는 지금까지 4차례의 대수술을 받느라 재산을 탕진하고 현재한쪽 어깨가 탈골돼 팔을 몸에 붙이지 못할 정도로 불편한 몸이지만 중국과 북한 어디에서도 전혀 생계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족도, 동포도 누님을 돌보지 못했는데 지난 96년부터 한 중국인이 일본에서 성금을 모아 다달이 부쳐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누님'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때마다 눈물을 참지 못하던 조씨. 그러나 당초 힘들거라던 할머니의방한에 한가닥 희망이 생겼다며 모처럼 밝은 미소를 지었다.

"훈춘시에 있는 한 조선족 고위간부가 누님의 국적을 일단 중국으로 바꾸는데 적극 힘써주기로약속했습니다. 누님의 귀향이 생각보다 빨라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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