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귀성잊은 근로자들-강원산업 설비정비팀

"명절에 온가족과 함께 쉬고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죠. 하지만 다같이 놀아 버리면 고장난 설비는누가 고칩니까"

태풍 피해가 가장 큰 포항공단내 강원산업. 이 회사 롤가공과 박영국반장(45)은 대부분의 동료들이 부모친지를 찾아 고향으로 떠난 3일 평소보다 훨씬 일찍 회사에 나와 멍키스패너를 손에 잡았다. 그는 연휴 반납의 섭섭함을 달래려는듯 더욱 일에 몰두했다.

1m이상 차올랐던 빗물을 이틀간의 밤샘 끝에 가까스로 빼냈고 생산설비는 2일 새벽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겉보기에는 어느 정도 정상을 되찾은 듯했다. 그러나 박씨의 '수마(水魔)와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 회사의 생산설비를 움직이는 전기·전자설비 등 두뇌는 모두 땅속에 있고 이중 70~80%는 아직 물속에 잠겨 있다. 박씨가 맡고 있는 롤(roll)설비의 시간당 작업비는 30만원. 이 기계가 한시간동안 가동을 멈추면 회사는 시간당 30만원을 손해보는 셈이다. 연중무휴로 제품을 만들어내야 할 설비 수백대가 물속에 잠겨 있다는 사실이 그의 손을 더욱 바쁘게 한다.

박씨는 "연휴동안 설비보수를 끝내고 고향간 동료들이 귀사했을 때는 설비를 정상가동시키는게목표"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박씨처럼 추석연휴를 반납하고 설비정비에 매달리기로한 전사(戰士)는 모두 3백50명.이중에는 3대 독자(獨子)도 있고 종손(宗孫)도 여럿. 고향 산천과 가족의 얼굴이 눈에 선하지만모두 잊고 수해극복에 마음을 모으고 있다.

강원산업 근로자들처럼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수마가 남기고간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근로자들이포항공단에는 무수히 많다. 〈포항·朴靖出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