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우리말 교육과 영어교육

얼마전 소설가 복거일씨는 그의 책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에서 영어의 공용어화를 주장하였다.필자의 의견을 피력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구사력에 문제가 있다면 영어교육방법 탓이지영어의 공용어화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중등학교나 대학 심지어 사설학원에서도 획일적으로 문법중심의 교육만 시켜오다가 어느 시기부터 갑자기 나라 전체가 영어회화 교육장소로 바뀌었고 대학생들의 영어실력 측정이나 대부분의취업전형에서는 토익(TOEIC)성적이 성패를 좌우한다.

◆나라전체가 영어일색

많은 회사들이 토익점수가 높은 학생들을 선발해 간다. 그러나 그들에게 맡기는 업무에는 영어가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말을 필자는 많이 들었다. 대학생들이 모두 다 영어회화를 잘 할 필요는없으며 모든 대학생들의 토익점수가 높을 필요도 없고 우리 국민 모두가 다 영어를 잘 할 필요는더더욱 없다.

다만 영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유형의 영어를 정확하고 품위있게 구사할 수만 있으면 된다. 지금 우리사회에 영어구사에 관해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영어를 필요로하는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 적합한 영어를 제대로 정확하게 구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초중등의 영어교육에 대해서는 입시제도와 관계되며 또 현장의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필자는대학의 영어교육에 대해서만 감히 얘기하려한다.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원어민을 고용하여 개설하는 영어회화강좌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있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영어회화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필자는 대학에서 영어회화, 토익, 영작문, 영어의 우리말 번역, 영어읽기등의 여러 강좌를 개설하여그중에서 각자의 필요에 따라 일정한 수의 학점이나 과목을 이수케 하되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더욱 알차게 교육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면 외래어수용을

그런데 필자가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영어교육이 아닌 현재의 우리말 교육에 대해서다. 각 대학에서 이공학 분야도 아닌 인문사회학 분야에서 석사나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쓴 글을 보았을 때 우리말 구사력에 대해 크게 실망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을 것이다.하물며 일반 사람들의 국어능력이야 어떠하겠는가. 누구든지 쓰기든 말하기든 해당 내용에 대한지식을 잘 갖춘 상태에서 우리말을 정확하고 논리적이고 아름답게 구사할 줄 알아야 영어로도 유창하고 수준높게 말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올바른 국어교육의 강화가 절실하다. 언어란 사용민족에겐 제2의 자연과 같아단순한 의사전달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에 따라선 깊은 사상을 형성하며 아름다운 정서와감정을 함양하고 다듬는 신비한 힘까지 지니며 갈고 닦는 정도에 따라선 오묘한 경지에 이르게도한다.

외국어로서는 불가능하나 우리말로서는 전달할 수 있는 우리의 정서와 감정은 우리 삶의 힘이요창조의 원동력이 된다. 필자는 한글전용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꼭 필요하고 더 효과적이라면 한자어나 다른 어떤 외래어도 그것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말을 잘 다듬고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말이 온 국민에 의해서 잘 가꾸어지고 다듬어질때 그 속에선 민족의 엄청난 힘이 솟아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대학에서 국어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읽기와 쓰기를 전학생들에게 최소한 2학기이상 반드시 이수토록 하되 수강생을 소규모 반으로 편성하여 정확하고아름다운 어휘선택에서부터 문법과 논리에 맞는 글을 구사하는 방법을 철저히 지도해야 한다.

◆자국말 구사력부터 기르자

각 대학에서 강사 수급에 어려움이 있으면 국어문학 전공의 박사과정이상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최소한 주1회 이상 학생들의 글을 꼼꼼하게 교정해주면서 우리말의 구사력을 길러주어야한다. 각 회사의 신입사원 선발시 정부가 권장하거나 유도해서라도 우리말 구사력을 성적에 반영토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영어로 말하고 쓰고 읽을 때도 먼저 우리말로 사고한 뒤에 수행하게 된다. 언어가 정신을창조하게 되는 바 언어가 뒤떨어지면 인문사회 분야 뿐만 아니라 산업과 기술분야도 낙후되게 마련이다. 우리말을 정확하게 구사하지 못한채 영어공부를 해봤자 결국엔 우리말과 영어 양쪽에 병신이 될 뿐이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도 우리말을 중심으로 한 우리 것의 바탕이 부실한 상태에서남의 것만 좇아가다 맞게된 결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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