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첨단화와 고부가가치화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이를 추진하고 지원하느냐는 것.
첫번째 주역은 당연히 기업이다. 하지만 지역 기업들의 경우 기술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실현이라는 구호에만 공감할 뿐 의지도, 노력도 없다. 오히려 다른 업체가 개발한 기술을 모방, 부가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공멸하는 길로 가고 있다.
업종간 교류는 또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의 경우 섬유와 기계, 전자 및 정보통신 분야 모두각 업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상호협조와 교류가 필수적이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상황에서는 이른바 시너지 효과를 통한 윈-윈(win-win) 전략이 절실하다. 그러나 이 역시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5년전 서로 다른 업종간 기술교류를 통해 공동아이템을 창출, 사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이업종교류연합회가 결성됐다. 참여한 수백개의 업체를 10~20개의 소그룹으로 편성, 모임을 계속했지만 지금까지 사업화한 실적은 거의 없다. 그저 형식적인 정보교류나 친목모임 수준에 머무른 것이다.대구가 정보통신·전자산업 분야의 불모지가 되고 있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존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요가 다른 산업에서 창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섬유, 기계 등 지역의 주력업종에서 첨단화와 기술개발을 손놓고 있는 바람에 수요가 풍부한 수도권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업계의 상황이 이렇다면 대구시를 비롯한 상공회의소,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대구시는 물론 지역경제계 어디에도 산업간 기술교류와협력을 통해 가능한 시너지 효과에 대해 조사·검토한 자료 하나 찾아볼수 없다.업계 대신 기술개발의 책임을 떠안고 있는 염색연구소, 자동차 연구소 등에 대한 지원에도 소홀하다. 심지어 지역 섬유산업 회생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된 밀라노 프로젝트에 배정된 국비예산을 대구시가 전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대구시와 경북도간 편가르기도 지역경제 회생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문화적으로는 단일 권역인데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정책이 별도로 추진되거나 중복됨으로써 기업과 시민들이 입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설립된 경북대구 정보통신협의회는 이를 입증하는 단적인 사례다. 몇몇 기업인들이수도권에 산재한 지역출신 벤처기업가와 기술인력을 지역으로 유치, 정보통신산업을 일으켜 보자는 미래지향적 취지로 출발했으나 지금껏 별다른 성과가 없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주도권 다툼을벌이다 경북쪽으로 기울자 대구시가 빠져버리고 경북도마저 협의회 설립지원 수준에서 생색만 냈을 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때문이다.
대구와 구미, 포항, 성주 등을 연결하는 도로나 대구~김해간 도로 건설 등 SOC 분야도 IMF에 따른 중앙정부와 민간자본의 투자가 언제 축소될지 알수 없는 상황이어서 시도간 협조가 절실하다.테크노파크, 산학연계 등의 부분에서도 시도간 긴밀한 관계가 이루어질 경우 상승작용을 일으킬수 있다. 이밖에도 단체장의 의지와 관계공무원들의 자세만 바뀐다면 대구시와 경북도가 서로 협조해 지역경제 회생에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단체장의 의지와 관계공무원들의 자세 변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지금과 같은 소모적 힘겨루기와 분열상만 보인다면 지역의 앞날은 더욱 어둡다"며 "정보, 기술교류를 활성화하고 공동정책 추진 등을 통해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방정부 차원의 산업정책 수립이 가능해진 것은 불과 2~3년에 지나지 않고 그나마 제한적이어서 적극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공무원들의 항변도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지역출신 벤처기업윌텍의 장부관사장의 언급은 이같은 답변을 궁색하게 만든다. "지방기업이라는 이유로 자금지원을 비롯한 중앙정부의 각종 정책에서 홀대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방정부가 거창한 정책이나계획보다는 기술보증 등 작은 노력만 기울여도 지역기업을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실제 중앙정부에는 기술력보다 기업의 인지도, 신뢰도 등을 우선하는 풍조가 만연, 지방기업이 지원받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대구시민의 소비비중은 전국의 5%를 훨씬 넘어서지만 각종기업지원자금은 2%도 따내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첨단화는 이제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모른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각 개별기업은 물론관련기관, 대구시와 경북도가 힘을 모아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황무지로 만드느냐, 성장하는 희망의 땅으로 만드느냐는 바로 여기서 판가름난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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