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행법 개정안 뭘 담았나

정부가 21일 제시한 은행법 개정안의 핵심은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은행이 안고 있는 부실의 원인중 하나가 주인의 부재로 인한 책임경영체제의 미비에 있는 만큼은행에 대주주의 출현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4%(지방은행 15%)로 묶여있는 1인당 주식소유한도를 원칙적으로 폐지, 제한없이 은행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했다.

대신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 무분별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막기로 했다. 대주주의 자격 요건 가운데 법인의 경우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제한한 것이 이를 겨낭한 것으로 이는 은행 주식취득 제한을 푼다해도 실질적으로 은행의 대주주가 될 능력이있는 것은 재벌뿐이라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무작정 은행을 재벌에 넘기지 않겠다는 뜻이다.

30대 그룹 가운데 지난해말 현재 부채비율이 2백%를 밑도는 재벌은 하나도 없다. 가장 낮은 롯데그룹조차도 2백16%로 정부가 제시한 은행 대주주 자격요건에 미달된다. 은행 주식소유한도를폐지해도 이 규정을 그대로 밀고나가는 한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가능성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은행법 개정안은 재벌의 은행소유를 형식상으로만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재벌이 당분간은 은행의 대주주가 되기 힘들다해도 10% 미만까지는 자유롭게 취득할 수있는 점을 이용해 실질적으로 은행을 지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즉 은행장추천위원회제도가 폐지되고 은행장을 주주가 선출하게 됨에 따라 10% 이하의 지분을 가진 몇개의재벌이 연합해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재벌의 구미에 맞는 사람을 은행장에 앉혀 은행경영을 장악할 수 있다.

따라서 재벌의 은행 소유는 지금 제시된 은행법 개정안만으로도 가능하며 재벌이 명실상부한 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도 앞으로 2, 3년 정도면 가능하다는 것이 금융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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