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또 대형인재라...

그렇게도 자주 대형참사를 당해도 안전의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어제 부산에서 발생한신축중인 냉동창고의 큰불은 그야말로 인재(人災)의 전형을 보는듯하다.

27명의 사망자와 16명의 중화상자를 낸 이번 대화(大火)는 금년들어 자연재해에 의하지 않는 안전불감증이 빚은 최대사건으로 기록될만하다. 더욱이 한달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화재를 당했음에도 공기(工期)에 쫓겨 각종 공정을 동시에 진행한것은 사고를 자초한거나 다름없다. 지난 96년 가을에 착공된 냉동창고건설은 내년1월의 준공에 맞추느라 18개 하청업체의 노동인력이 동시에 투입돼 작업을 강행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냉동창고의 건물구조상 통로2곳을 제외한 모든 벽면이 밀폐돼 있었음에도 인화성이 강한 우레탄폼.스티로폼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그사이로 철강제품의 용접이 끊이지 않는 작업장에 안전장치가없었다는 것은 화를 불러들인거나 다름없다. 원청업체인 동원건설은 변변한 소방장비와 안전관리자배치도 소홀히 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화재감식결과는 별도로 나오겠지만 소방당국은 용접때의 불꽃이 인화성 건축자재에 옮겨붙으면서폭발사고가 난 것으로일단 추정하고 있다. 건설업체로서는 작업자들의 주의소홀등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려들지 모르지만, 밀폐된 공간에서의 용접작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인식하고 이에 사전대비를 않은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소방법상의 맹점도 문제다. 준공건물에 대해서만 방화관리자 선임의 의무화.소방시설 완비등을 규정하고 있을뿐 시공중인 건물의 소방규정은 미비하다. 냉동창고라는 건축물 구조상의 특수성을 감안한 안전규정이 없는 것이다. 냉동창고뿐만아니라 이와 유사한 어떤 대형건물도 시공중의 자체 소방대책을 명시할 필요가 있게 됐다.

며칠전 광주 충장로 상가에서 일어난 큰 불도 예견된 화재로 이미 결론이 나 있다. 올들어 전국각 지역에서 잇달아 발생한 LP가스폭발사고도 모두 안전의식의 결핍에서 빚어진 사고였다. 언제쯤이나 안전불감증이 치유될지 걱정이다. 특히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겨울철을 목전에 두고 있는때에 시공자.입주자.사용자의 주의도 요망될 뿐만아니라 소방당국의 사전예방 홍보와 안전점검도일층 강화돼야할 것이다.

이번 부산 냉동창고 큰 불의 희생자중 상당수는 일용직 노동자였음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어려운 이들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이 오죽하겠는가. 안전의식을 다시한번 다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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