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빈배 떠난 이총재 홀로서기 이룰까

한나라당이 26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단일지도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의 총재단 참여거부로 이총재 체제가 곧바로 정상가동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총재로서는 이로써 지난해 3월 대표직을 맡고서부터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그리고 대선 이후당의 혼란기와 8·31 전당대회 때까지 그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던 김전부총재와의 연대를 상실하게 됐다.

또 김전부총재의 이탈로 이회창-김윤환-이기택(李基澤)으로 이어지는 8·31전당대회의 삼각축도 붕괴되게 됐다. 물론 이를 대체하는 세력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물론 이총재 주변에서는 언제까지 김전부총재의 지원에 기댈 수는 없다는 점에서 자립의지를 키워왔고 김전부총재와의 결별에 대한 대비도 해왔지만 예상치 않게 빨리 다가온 김전부총재의 이탈에 적지않게 당황하고 있다.

당장은 김전부총재가 이탈하는 모습이 이총재에게 득(得)보다는 실(失)을 많이 안겨줄 전망이기때문이다.

이총재는 이번 부총재 인선과정을 통해 당내 민정계의 양대축인 이한동(李漢東)전부총재는 물론김전부총재와의 관계까지 소원해지는 결과를 맞았다.

또 경제청문회 개최합의로 인해 민주계와도긴장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이같은 상황으로 자칫 정국이 소용돌이에 빠지거나 당이 내분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이총재를 고립무원(孤立無援)의 궁지로 몰아넣게 될 공산도 없지 않다.

때문에 이총재는 일단 부총재단에 민주적 당운영을 전제조건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김덕룡(金德龍)전부총재를 주류에 편입시키려는 편법을 동원했다. 또 실무급 중진의원 등을 부총재단에 포함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부랴부랴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계파보스들이 대거 부총재단에서 빠짐으로써 총재 직영체제라는 포장은 했다고 하지만 계파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당의 구성상 언제라도 내분으로 빠져들 가능성은 그대로 안고 가게됐다. 또 부총재단 구성과정에서 보여준 이총재의 정치력부재 또한 두고두고 뒷말을 남길 전망이다.

실무형 부총재단 구성이라지만 선수(選數)도 아니고 지역안배도 아닌 어정쩡한 기준 때문에 당내구성원 다수의 보이지 않는 불만을 야기한 점 또한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립할 수밖에 없게 된 이총재로서는 이날 전국위원회를계기로 곳곳에 우여곡절이 예상되는 정국을 순수한 자력만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진정한 정치적시험대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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