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쪽 끊은 김윤환 노림수 무엇인가

한나라당의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가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부총재직 제의를 끝내 거부했다.허주(虛舟. 김전부총재의 아호)는 한나라당 주류의 주축인 이회창-김윤환연대의 붕괴와 결별로 비쳐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총재의 제의와 설득을 물리쳤다. 거부의 가장 큰 이유는 이총재에 대한 누적된 섭섭함이었다.

결국 허주는 이참에 이총재와의 연결고리를 끊을 것을 결심했다. 허주측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금까지 어떻게 했는데, 그리고 누구 때문에 표적사정 대상이 됐는데 나에게 이럴 수 있는가"라는것이다. "앞으로 혼자서 잘 해 보라"는 식이다.

허주는 부총재 거부에 대한 표면적 이유로 계파정치를 불식시키고 당의 세대교체를 이룩하기 위한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내면적인 이유는 연이은 이총재측의 홀대였다. 계속되는 사정설도 그를흔들리게 한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는 이총재를 일방적으로 지지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이후 대표자리를 이한동전부총재에게 줘 '물'을 먹일 때만 해도 참고 이총재를 지원했고 대선 이후 이총재가 당안팎의 협공을 받아 궁지에 몰렸을 때도 그의 손을 들어 총재직 복귀에 결정적 역할을 했었다. 그는 측근들의 만류에도 정치적 도의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홀대뿐이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 사정대상으로 궁지에 몰린 것도 여권의 기피인물 1호인 이총재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라는 점 때문인데도 총재주변에서는 당차원의 대응책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는 점도 작용한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총재 주변에서는 자신을 이번 기회에 떨쳐버리고 싶어하는 기색도 없지않았다고 했다.

물론 당 일각에서는 허주의 부총재직 거부가 이총재와의 고리단절로 사정한파를 피하려는 계산이작용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허주측이 여권 수뇌부의 진의(眞意)를 파악해 부총재직을 거부했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부총재직 거부로 이총재와의 고리를 1차적으로 끊은 김전부총재는 앞으로 당이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며칠간 1주일 째 앓고 있는 몸살을 이유로 병원입원과그 이후 고향인 선산행을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여권의 사정기류에 대한 대응에 전념할 계획이다.

물론 그는 내각제 개헌론을 비롯,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정계대개편 정국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치권이 일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상황 속에서 TK세력의 위상과 그의 역할에 대한 심도있는구상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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