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 하나에 가스통 하나. 김남조씨(42·여·대구시 북구 산격동)는 이 리어카에 네식구의 생계를 걸었다. 5년 전부터 경북대 북문 근처에서 시작한 쥐포 장사. 청력을 거의 상실하고 왼쪽 눈의시력마저 잃은 김씨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쥐포를 달라는 건지 호도과자라고 하는 건지 도무지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처음과 달리 이제는 손님들 입 모양만 보고도 5백원, 1천원어치를 척척 봉지에 담아낸다.
"두 딸아이가 학교수업만 끝나면 달려와 도와줍니다" 말수가 적은 김씨.
그런 엄마를 묵묵히 돕는 두 딸 역시 심한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그럭저럭 견디고 있는 큰딸(17)과 달리 막내딸(14)은 학교수업조차 들을 수 없어 하루종일 자습만 하다가 엄마 곁으로 온다. "친구가 없어요"라며 수줍게 고개를 가로젓는 막내. 14세 소녀의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심하게갈라진 막내의 손등이 그간의 풍상을 말해주고 있었다.
4년전 남편과 사별하기 훨씬 전부터 우산공장으로, 채소행상으로 떠돌며 생계를 도맡아온 김씨.대학교 앞 쥐포장사는 생각보다 수입이 좋아 오전 9시부터 밤11시까지 추위에 시달리면 하루 2만~3만원씩은 남길 수 있었지만 그나마 겨울 한철 장사라 매년 여름은 실업자로 지내야 했다. 집안의 유일한 남자이자 유일한 비장애인인 아들(19)이 올해 전문대학에 입학한 터라 김씨 가족들은점심식사를 거르는 때가 부쩍 많아졌다.
"식구들이 같이 살 수 있다는 게 어딥니까" 찬바람 치는 대로변에서 하루종일 떨어도, 일할 수 있는 겨울이 행복하다는 김씨의 요즘 소원은 착하기만 한 막내딸에게 보청기를 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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