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경이긴 수험생들

수능점수가 발표된 18일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있어 관심을모으고 있다.

소녀가장으로 혼자 집안을 돌보는 힘든 생활속에서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 김경진양(18.한양대사범대 부속여고 3년).

김양은 이번 수능시험에서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지만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3백21.9점을 얻어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양은 지난 96년 1월초 불의의 교통사고로 지금까지 의식불명인 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아버지와 하반신 마비로 움직이지 못하는 어머니를 지극히 보살피면서 학교에서 시상하는 각종효행상뿐 아니라 교육감 표창상을 받는 등 교내에서는 '효녀 심청이'로 통한다.담임선생인 왕효숙씨는 이런 김양에 대해 "새벽에 직접 밥을 지어먹고 오면서도 지각 한번 안하는 성실한 학생으로 교사인 내가 존경할 정도"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동사무소에서 매달 나오는 28만∼30만원의 생활보조비로 생계를 꾸리는처지에 과외는 꿈도 꾸지 못했다는 김양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장래희망을 밝혔다.

지난 96년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파산으로 집안이 풍비박산이되는 바람에 등록금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처지를 극복하고 이번 수능시험에서 비교적 우수한 결실을 거둔 유재빈군(18.광성고 3).

유군은 빚쟁이들의 독촉을 피해 도피생활을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방과후 집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대입수능시험에 대비하는 등 그릇된 길로 빠지지 않고 학교수업에 충실한 결과, 3백35.2점을 당당히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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