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봉산 아이들의 겨울나기

"교육 재정난으로 방학책이 없어졌지만 저희들은 상관 없어요. 제 손으로 방학책을 만들어 하고싶은 공부를 하면 되거든요"

구미시 선산읍 생곡리 미봉산 기슭에 자리잡은 봉천초교(교장 장호상) 학생들은 19일부터 시작된겨울방학이 너무 즐겁다. 처음으로 방학책을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 방학책 제목은 '미봉산 어린이의 겨울나기'로 정했다.

'겨울나기' 내용은 자신이 방학동안 꼭 실천해야 할 예절, 효행을 습관화할 수 있는 실천 과제,글씨쓰기 등 자신에게 부족한 학습능력을 보충할 수 있는 것으로 꾸몄다. 물론 자신의 취미와 특기를 살리는 흥미진진한 과제도 포함돼 있다.

각종 실습에 필요한 학습자료 비용은 학교에서 전액 부담하고 겨울방학 중 읽을 만한 책도 학교에서 공급해주기로 약속했다.

방학책이 사라져 가고 있는 가운데 봉천초교가 전국 최초로 학생이 방학책을 만들자 작은 파문이일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들은 "봉천초교의 '겨울나기'는 획기적인 교육 모범사례"라 치켜세우고 있다.봉천초교는 전교생이라야 고작 4학급 36명.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은 봉천 학생들에게 낯설지 않다. 운동회.학예회 등 각종 학교 행사때마다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고 진행하는 등 자율적 공부에 익숙해져 있는 것.

조회 때도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애국가를 지휘한다. 선생님은 학생의 지휘가 틀려도 꾸짖지 않는다. 다음에는 잘할 수 있다고 믿고 학생들도 다음에는 틀리지 않도록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전교생 36명과 교장.교감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 모두 가족처럼 지낸다. 방과 후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학교에서 숙제하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

장호상교장은 자율적 교육방식에 대해 "학생 수가 적어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면서 "겨울방학책의 경우 학생, 학부모 모두 반기니 교육효과는 이미 달성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구미.李弘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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