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막가파' 보험금 自害

소설 '분노의 포도'에는 '굶는 자는 분노하는 자'라는 말이 나온다.

영국의 J M 머리는 '빵이 없는 사람에게 정신적 자유란 무슨 소용이냐'고도 했다. 굶주림 앞에서는 체면이나 위신을 지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오죽하면 굶주린 개가 사자도 겁내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돼버릴까.

경제난국으로 우리 사회에는 굶주림이 빚는 어처구니없는 비극들이 벌어지고 있다. '세일즈맨의죽음'을 훨씬 능가하는 범죄가 잇따라 우리를 경악케 하기도 한다.

지난 9월 보험금을 노려 친아들의 손가락을 절단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악을 금치 못하던 기억이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슈퍼마켓 주인의 두 발목 절단 사건도 거액의 보험금에눈이 멀어 벌인 '자작극'이었다니 어이가 없다.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저지른 범죄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가 얼마나 깊이 병들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아 우울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이 사건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물신주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우라고 할수 있다. 비극의 주인공은 20억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세웠으며,5천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웃이 가세함으로써 끔찍한 자작극이 연출됐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 양심마저도 저버린 이 연극은 결국 가공할만한 비극으로 막을 내린 셈이다.돈에 눈이 먼 범죄 유혹으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부르는 일은 이제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굶주림이 빚은 범죄라고 해서 어떤 경우든 정당화될 수도 없다.

설사 그것이 '자해'라고 해도 동정받기는 어렵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는 비뚤어지고 잘못된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치유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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