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극장가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한국영화 '쉬리'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은행나무 침대'의 강제규 감독이 또다시 '대박'을 터뜨린 영화 '쉬리'는 북한 특수요원이 잔인하게 학살을 자행하는 살인무기로 묘사되는 등 반공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으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쉬리' 특수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이 작품이 이전 한국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시원함'을 여러모로 안겨주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우선 '쉬리'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보아왔던 상업적인 '블록버스터'(대작영화)임을 자처한다. 남북분단이라는 낯설지 않은 상황설정 아래 실감나는 총격전, 폭파장면 등 이전 수준을 한단계 뛰어넘는 액션과 멜로, 미스터리를 교묘히 뒤섞어 한국 멜로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에게 시원한 맛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전세계를 휩쓴 외화 '타이타닉'을 누르고 국내 최단기간 최대관객 동원기록을 세운 '쉬리'의 폭발적인 인기는 뒤집어보면 '대박'을 터뜨릴만한 외화 빈곤현상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근래들어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요즘 관객들은 외화라고 무조건 몰려들지 않는다"는 극장 관계자들의 이야기처럼 '성공'을 거두는 몇편의 작품 뒤엔 흥행의 평균치도 안 되는 외화들이 널려있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영화의 소재 빈곤현상은 관객을 식상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최첨단 우주과학은 우주 정복을 넘어서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아마겟돈')에까지 도달했고, 인공위성을 이용한 개인정보 유출('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컴퓨터 E-메일을 이용한 사랑('유브 갓 메일') 등 최신 소재는 모두 동원된 상태.
상상력의 고갈은 거꾸로 고전작품으로 거슬러 올라가 리메이크되기도 하지만, 흥행에 낭패를 본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사이코'처럼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현 수준으로 만족해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연배우의 식상함도 신선함을 주지 못하는 주요인이다. '사랑에 빠진 셰익스피어'로 올해 아카데미상 주연여배우 후보에 오른 기네스 팰트로는 지난해 '위대한 유산' '슬라이딩 도어즈' '블러드 라인' '퍼펙트 머더' 등 많은 작품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여 새로운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
'퍼펙트 머더' '더 게임' 등에 잇따라 출연한 마이클 더글러스는 이기적인 여피족 직장남성의 인상이 너무 굳어져있다. '머큐리 라이징' '아마겟돈' '비상계엄' 등 출연이 난무하는 브루스 윌리스는 아카데미상에 대한 반대개념으로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올해 미국 래지(razzie)상 후보에 최악의 배우로 올라있다. 신세대 스타로 각광받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벤 애플렉, 매트 데이몬 등은 소녀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이미지여서 터프한 액션 스타로의 변신은 역부족이다.
창의력 고갈과 인물난에 허덕이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이 새로운 탈출구를 찾기 위해 감독들의 색다른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선댄스영화제와 같은 독립영화제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다.
〈金英修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