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의 봄이 예전 같지가 않다. 백화제방(百花齊放)하는 계절의 봄은 예나 다름 없지만, 캠퍼스의 주인공인 대학생들의 마음은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의 문은 바늘 구멍이니,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속에서 캠퍼스를 거니는 학생들에게 봄은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대학에서 오래 몸담아 온 교수와 교직원들도 겉보기에는 과거와 별다를 바가 없는 캠퍼스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활기가 옛날만 못하다는 말을 자주한다.
시험기간이 아니라도 도서관은 늘 학생들로 북적댄다. 졸업반은 물론 갓 들어온 1학년 학생들까지도 도서관에 앉아 토익 등의 공부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신입생들은 다양한 대학문화의 상징인 동아리 활동에 큰 관심이 없다. 동아리에 가입을 하더라도 컴퓨터나 어학 등 취업에 유리한 쪽만 찾고, 문예나 학술분야 등의 동아리에는 시큰둥한 반응들이라고 한다.
학부제의 소용돌이 속에 학과에 대한 공동체 의식이나 선후배 개념조차 모호해지자 신세대들의 개인주의 성향과 끼리끼리 문화가 더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대학진학의 꿈을 이루자 마자 원하는 전공선택을 위한 '제2의 입시' 준비에 들어갔거나 일찌감치 취업전선에 뛰어든 학생들에게 '상아탑의 낭만'은 잠꼬대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래서인가 지난주말 영남대에서 특강을 한 한완상 전부총리는 "요즘 신세대 대학생들은 이상과 희망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아무리 어려운 현실이더라도 대학이 본연의 기능을 저버릴 수는 없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취업준비를 위한 학원처럼 변해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교양과 지성을 겸비한 전문인이 되어야 할 대학생들이 고유의 대학문화와 공동체 의식을 잃어가는 것도 큰 일이다.
온갖 꽃이 시샘하듯 피어나는 4월. 계절의 봄만이 아니라 학문과 사상의 백화제방을 이루는 캠퍼스의 봄이 그립다. 춘래불사춘이 아니라, 낭만과 활기가 넘치는 캠퍼스의 참된 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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