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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화제-수화통역사 김윤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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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과 마음이 통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농아들의 입과 귀가 된 지 32년. 수화통역사 김윤석(61.대구시농아인협회 재활상담소장)씨는 일반인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농아들에게는 해결사로 불린다. 통역비는 커녕 고맙다는 인사도 듣기 힘든 시절부터 시작한 수화통역이지만 도둑으로 몰려 경찰서에 붙잡혀온 농아의 누명을 벗겨주고, 어렸을 때 헤어졌던 어머니와의 만남에서조차 말이 통하지 않아 가슴을 치는 농아들의 입과 귀가 되어줬을 때의 보람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지난해였어요. 3명의 농아들이 오토바이 날치기사건 용의자로 몰려 경찰서에 잡혀왔다기에 달려갔습니다. 그들은 오토바이를 잠시 다른사람에게 빌려줬다가 오해를 산 것이었어요. 결국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두려움에 가득찼던 그들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김씨가 수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군복무를 하던 지난 59년. 서울역 범죄수사대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구두닦이를 하던 농아 2명을 6개월동안 자신의 사무실에 재워주면서 의사소통에 답답함을 느껴 수화를 익히게됐다.

제대 후 대구 남구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농아들과의 인연을 끊을 수 없어 1년만에 공직을 그만두고 한국사회복지연합회 농아복지위원회에 들어가 본격적인 농아 자활사업에 뛰어들었다.

말못하는 농아들의 고통을 그들의 자식에게까지 물려줘서는 안된다는 김씨는 말 못하는 부모 슬하에서 말배우기가 더디고 수화까지 몰라 의사소통이 어려운 자녀들을 위해, 지난달 말 회원들과 힘을 합쳐 대구시 남구 봉덕동에 '농아인 자녀 어린이 집'을 열었다.

"수화통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여전히 적습니다. 최소한 경찰서, 시.구청 등에는 전문적인 수화통역사가 있어야 농아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집니다"

김씨는 대구시의 협조를 얻어 16일부터 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수화강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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