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모처럼 할말 한 국회

원론적인 말이지만 국회의 기능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에 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의 국회는 행정부의 시녀 노릇만 해 와 행정부의 독선 독주를 거의 견제하지 못했다. 지금의 민심이반은 국회가 제기능을 못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IMF라는 특수 상황도 있기는 했지만 그동안 국회에서 여권은 높은 곳의 눈치만 보는 '통법부'의 기능으로 그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박태준자민련총재의 자기반성적 대표연설은 의미가 있다. 특히 그는 "오늘의 위기, 본질은 일련의 사건 그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핵심을 외면하고 민심의 흐름을 가볍게 여겼던 우리의 독선과 오만에 있었다"며 정확히 진단한후 "오만해지면 그 어떤 비판도 비난으로 들리고, 독선에 빠지면 그 어떤 잘못도 소신으로 착각한다"고 지적한 것은 정말 정확히 민심을 읽은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중차대한 시기에 정치가 없다"는 지적은 올바른 해법이기도 하다. 또한 야당도 독선적 국정운영과 아집 그리고 햇볕정책의 문제점 등을 들었다.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던 특검제전면도입 문제가 풀린 것도 이와같은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하나의 변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양보와 타협이 민주주의의 실상임에도 우리나라 여당은 대체적으로 일방적 강행만 능사로 삼아 왔었다. 그러므로 민심을 정확히 읽고 이에 부응한다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의 발전과 연결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공동여당의 핵심이 국민회의서는 독선적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는 점이 아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겨우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에 대한 비판이 고작이다. 이렇게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소홀히 한 것은 행정부를 도와 준 것 같지만 결국 오만과 독선을 낳아 민심이반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지 않았는가. 고급옷 로비사건 하나만 해도 여당은 단순히 옷을 사고 판 경제문제로 국한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은 그것이 옛날부터 내려온 고위층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난 빙산의 일각으로 정치적 사회적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국민적 의문을 해소시켜 주었어야 했 던 것이다.

국회가 제기능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정치수준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아직 후진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은 청와대의 눈치만 살필 것이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서서 일을 해야 하며 야당은 비판과 동시에 대안제시 기능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건전한 국회, 건전한 정치가 살아나게 해야 할 때다. 특히 국민의 정부는 민주주의과 시장경제를 국정지표로 삼은 정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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