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레니엄 신세대-그들은 누구인가

새로운 밀레니엄이 눈앞에 닥치면서 주역이 될 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밀레니엄 신세대. 얼핏 대학진학에 매달리는 고교생, 취업이나 장래 준비에 여념이 없는 대학생의 모습은 그대로인듯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천양지차가 있다.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성장 배경을 안고 자신들만의 가치관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세대, 그들의 의식과 행태를 짚어보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편집자주〉

'헐렁한 티셔츠에 반바지나 힙합 또는 청바지, 염색한 머리에 배낭을 매고 핸드폰과 삐삐는 필수. 집에 들어오면 컴퓨터를 켜고 전자우편 확인하는 일이 첫번째. PC통신과 인터넷으로 숙제부터 이성교제까지 모든 것을 해결한다'

개인주의적 가치관과 첨단 정보기기로 무장한 채 소비와 유행을 주도하는 세대. 새 밀레니엄을 이끌어갈 신세대가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밀레니엄 신세대란 70년대 말 이후 출생한 중학생부터 대학 2학년까지의 청소년층을 가리키는 말. 전후 베이비 붐 세대를 부모로 태어나 먹는 걱정을 하지 않으며 자란 최초의 세대로 꼽힌다. 상당수가 일하는 엄마를 두고 있으며 형제는 한둘, 부모의 끝없는 관심 속에 유치원을 다녔고 일찍부터 글씨를 읽고 컴퓨터를 할 줄 아는 어린이로 자랐다.

90년대 초반 유행을 주도했던 청소년층과 대학생을 규정한 X세대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X세대가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내세웠다면 이들은 '나는 나, 우리는 우리'라는 식이다. X세대는 자신을 부각시키려 애쓴 일부 특수계층을 의미하는 반면 이들은 스스로를 기성세대와 확연히 구분짓고 개인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자율적인 연대감은 훨씬 강한 다수를 이룬다. 무조건적인 저항이나 반항, 무관심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실현시켜 가는데 최고의 관심을 둘 뿐이다.

밀레니엄 신세대는 최근 떠오른 여러 가지 세대론을 포괄한다. 컴퓨터와 PC통신, 인터넷을 통해 필요로 하는 정보와 문제 해결책을 찾는 N(Net)세대, 사회나 주위의 요구에서 벗어나 나만의 삶을 찾아가는 서태지세대, 관심분야에 자신을 내던지고 보는 C(Chemical)세대 등이 그 범주에 포함된다. 지난 97년 미국에서 2000년대의 주역이 될 세대로 부르기 시작한 Y(Year2000)세대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성장과정에는 서구 대중문화가 폭넓게 영향을 미쳤다. 어려서부터 TV를 비롯한 언론매체에서 세상 소식을 듣기 시작했고 KFC, 맥도널드 등 다국적 기업의 간판 아래서 친구들과 어울렸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정보를 얻으며 시중에 선보이지 않은 다국적 문화와 일그러지고 편향된 얘깃거리까지 접하고 있다.IMF 한파 속에 소비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유행에 민감해지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누드 목걸이'를 사기 위해 동성로에 나왔다는 ㄱ여고 2년생 이정현양은 "목걸이나 머리띠 등 값이 싼 것들은 쉽게 살 수 있지만 10만원 넘는 바지나 점퍼 등이 유행할 때면 정말 괴롭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떼를 써 보다가 안 되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반드시 사 입어야 친구들 사이에 따돌림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구문화는 한편으로 이들에게 실리주의를 던져줬다. 친구들 사이에도 이해타산을 따지고 함께 다니지만 계산은 따로 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국가나 사회의 발전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어떻게 만들어나가느냐에 관심의 대부분이 쏠려있다.

중고생의 절반 가까이가 삶의 보람을 '화목한 가정'으로 꼽으며 직업선택의 첫번째 기준으로 '취미에 맞고 여가가 많은지'를 따진다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조사결과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386세대, 즉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들이 겪었던 사회변화와 세상을 향한 꿈은 이들에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생소한 이야기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쉽게 납득하기 힘든 이같은 특성에도 불구, 밀레니엄 신세대를 우려 섞인 눈빛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높다.

그들에게 나타나는 공동체 의식의 결여는 기존의 억압적이고 틀에 박힌 구조에 대한 반발일 뿐 뜻이 통하는 또래들끼리 자율적으로 뭉치고 만나는 일에는 대단히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걱정할 일이 아니다. 개인주의 심화 역시 자신의 능력이나 역할 범위 안에서만 최선을 다하며 그만큼 책임감이 강해졌다는 쪽으로 볼 수 있다. 지나치게 충동적이라는 지적 역시 그들의 감성이 일정한 경향과 흐름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가치의 다양화로 해석할 수 있다.

계명대 철학과 이진우교수는 "신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사회격변에 따른 세대간 가치관 충돌 때문이지 그들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며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오히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측면을 훨씬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대간 갈등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장치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기성세대가 보다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신세대를 바로 보고 함께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金在璥기자〉

---신세대 용어사전

90년대 들면서 신세대와 관련된 말들이 범람하고 있다. 사회현상을 반영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일부는 기업들의 상술과 어울리면서 개념구분조차 모호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X세대91년 더글러스 코플랜드의 소설 'X세대'의 출간으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무관심·무정형·기존 질서에의 거부 등 독특한 성향을 보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튀는 패션과 대중문화에의 열광, 자기주장이 강한 세대로 규정됐으나 전체 청소년 가운데 10% 안팎만이 해당되는 특수한 형태로 꼽혔다.

▶Y세대미국에서 Year 2000, 즉2,000년에 주역이 될 세대를 지칭한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현재 13~20세의 청소년층으로 인터넷과 통신에 익숙한 컴퓨터 세대. 유행을 주도하며 소비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서구식 생활과 사고방식에 익숙하며 X세대에 비해 다수의 공통된 경향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서태지세대92년 서태지의 등장을 전후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세대. 음악적 재능을 바탕으로 자유와 도전, 변화의 메시지를 던진 서태지에 비유해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개성과 창의를 앞세워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거침없이 도전하며 닫힌 사회구조에 순종하거나 머무르지 않는다.

▶N세대인터넷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대. 또래 집단과 인터넷을 통한 자유분방한 대화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지성적 성숙을 꾀한다. 단순 소비자의 수준을 넘어 생산까지 참여하는 생산소비자가 된다. 지적 창의력이 지고의 가치를 지니고 가족간에도 일방적 통제와 명령이 사라지며 개방적인 의사소통이 중요시된다.

▶C세대케미컬(Chemical) 세대의 약자로 조미료와 인스턴트 식품을 먹으며 성장했다는 뜻. 컴퓨터나 게임, 춤, 음악 등 자신의 관심분야에 모든 것을 던지는 세대. 좋아하는 일에 매몰돼 살아가는 중독증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는 극도의 무관심을 드러내고 사회나 공동체와도 거리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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