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塞翁)이 기르던 말이 도망을 치자 동네 사람들이 위로했지만 그는 "이것이 복이 될 수도 있지 않소"하고 태연했다. 그러던 며칠후 새옹의 말이 멋진 암말을 한마리 끌고 나타나는게 아닌가. 이번에는 모두들 축하하자 "이게 또 화가 될 수도 있소"하더니 급기야 새옹의 아들이 새로운 말을 타고 달리다 낙마, 다리가 부러졌다. 얼마후 전쟁이 나서 마을 장정들이 싸움터에 나가 모두 전사했지만 다리 병신인 그 아들만은 무사했다. 이른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줄거리다. 환란(換亂)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임창열(林昌烈)씨와 강경식(姜慶植)씨의 뒤바뀐 운명을 지켜보면서 회남자(淮南子)의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새옹의 고사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임씨는 자신이 환란과 무관하고 오히려 IMF위기를 극복시킨 '구세주'란 캐치 프레이즈로 민선 경기도지사에 당선,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도지사 당선후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에 연루, 부인 주혜란씨와 함께 구속됐다. '환란'사건 재판부는 "IMF행 인수인계를 받지못해 몰랐다"는 임씨의 주장을 인정치 않아 자칫하면 그는 위증죄까지 짊어지게 됐다. 반면 강경식씨는 그동안 '나라를 망친 사람'이라는 비난을 피해 칩거해 있다시피 하다 이번 선고공판으로 법적 면죄부를 받아 인생유전(流轉)의 철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러나 무죄선고를 계기로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강경식씨의 '끝없는 야심'은 우리를 참으로 황당하게 만든다. 강씨의 잘못된 정책결정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은 법적(法的)판단이지 도덕적 면죄부는 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백만명이 고통을 겪고 있는 이 환란위기에 대해 한사람도 책임질 사람이 없단 말이냐고 기막혀 하는 국민정서를 감안하더라도 벌써부터 출마 운운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인생은 바뀌고 또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새옹지마의 교훈이 생생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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