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회에서 살펴보았지만 현재 대구지역의 주거환경은 건축문화적인 측면에서 매우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떠한 계획을 갖고 아파트문화를 향상시켜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최근 아파트 건축의 신경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자유로운 배치와 형태
종전의 판상(板狀)형 배치, 링자형 배치 등 형식적이고 딱딱한 배치에서 자유로운 곡선 및 스카이라인을 고려한 배치, 조망 및 채광을 고려한 배치로 계획한다. 70년대에 리카르도 보필(Ricardo Bofill)에 의해 건축된 '웰던(Welden)7'은 아파트의 외관을 동적이고 자유롭게 구성하여 새로운 주거문화의 대안을 제시하였으며, 역시 보필의 '레 제스빠스 다브락사스(Les Espaces d'Abraxas)'는 곡선적 요소와 고전적 기둥을 발코니로 이용하였다.
▨자연친화적 요소 도입
먼저 단지 내부의 조경 및 부대시설 계획에 있어서 분수, 조형물, 자연동산, 시냇가와 같은 자연친화적인 요소와 이벤트적인 요소를 도입하고 세대 내부에 있어서는 원목 마루판, 황토방, 창문의 완자살 등 자연적인 마감 및 전통적인 요소를 도입한다. 프랑스의 예이지만 앙리 시리아니(Henry Ciriani)의 '에브리-2 하우징(Every-2 Housing)'은 단지 전면의 호수를 적극 활용하여 자연적인 조화를 이루어 냈다.
▨평면 계획의 변경
과거엔 20평형대에서는 복도식으로 하였으나 분양면적에서 소비자들이 상당한 손해를 보므로 요즘은 계단식을 도입, 넓은 면적의 발코니를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한다. 30평형대에서는 전면의 방을 종전에는 2개(거실, 내실)로 계획했으나 최근엔 전면에 3개의 방을 배치하여 채광 및 조망성을 확보하고, 40평형 이상에서는 가변성 있는 배치로 사용자의 요구에 따른 변경이 가능하도록 한다. 크리스티앙 드 뽀흐장빠흐(Christian de Portzamparc)의 '레 조뜨 포흐머(Les Hautes Formes)'는 다양한 주호를 연결·조화시킨 집합주거의 사례이다.
▨사이버(cyber) 아파트
최근 광통신을 이용한 인터넷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새 아파트에 광통신을 이용한 멀티넷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한국통신 등과 협조, 새로운 초고속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인경비 시스템
관리비의 절감 및 보안을 향상시키는 측면에서 전자경비 시스템을 사용하여 입주자의 프라이버시 확보와 인건비를 절감시킨다.
▨확장성과 가변성 확보
아파트의 내부 공간 중 거실·방 등을 확장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법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단계에서 확장성과 가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벽체를 구성하고, 법적으로도 구조안전에 대한 검토를 받은 후 확인서를 첨부하여 관공서에 제출하면 거실 및 방의 확장, 구조 변경 등이 가능하다.
▨전통적 주거문화의 도입
전통 한국건축 양식을 아파트에 도입, 입주자들이 정서적으로 전통건축에서 사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기 위하여 계단실에서 바로 세대 내부로 들어가는 종전의 양식을 탈피, 계단실과 세대 내부와의 공간에 전통양식의 마당과 같은 전이공간을 설치해 외부 공간과의 연계성을 확보한다. 도시 생활자들에게 농촌생활의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방바닥 마감을 황토방으로 하고 창문살과 발코니 구성, 벽지 등에서 재래 문양 및 마감을 적용한다.
▨자유로운 스카이라인 구성
현재 법규 및 자치단체의 심의 단계에서 획일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층수를 지역의 특성 및 기존 건물과의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층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구 수성동의 수성하이츠의 경우 대구지역 최초의 타워형 주상복합건물로서 조형적 스카이라인을 구성한 예이다.
▨아파트 개조
지난 80년대에 지어진 고층 아파트는 재건축을 할 경우 용적률 및 층수에 있어 입주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없으므로 최신 경향의 마감 및 가구를 적용하려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리폼(개조)을 통해 생활의 편리성 과 재산가치를 상승시키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아파트의 건축문화 향상을 위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경향을 짚어 보았다. 아파트 건축문화 향상은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 의해 정책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아파트단지의 계획·설계 때 개발자·설계자들이 고려하고 계획한 점들이 모두 만족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실제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 모두가 건축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건축을 건축전문인의 손에 맡겨 두기만 한다면 새롭고, 참신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누가 보아주고 선택해 주겠는가? 우수한 건축물을 보고 즐길 수 있는 문화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이 우리의 주거환경·건축환경을 윤택하게 해 줄 것이다. -김 정 재(경북대 교수·건축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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