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을 것 같지만 쉽게 발견하기는 또 어려운 작은 사랑의 모습들과 마주했을 때, 우리는 그 따뜻한 인간의 모습에 반하게 된다.
그런 소박한, 그러나 결코 작지만은 않은 사랑의 모습을 내가 발견한 곳은 개인적인 용건이 있어 찾은 한 종합병원에서 였다. 병원 대기실에서 만난 행색 초라한 두 모자가 바로 그들인데, 어디가 아픈건지 아들은 눈으로 보기에도 형편없이 초췌하고 상한 것이 저 홀로 길가에 나앉았다가는 영락없이 행려병자 취급을 받기 십상인 그런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런 아들을 노모는 마치 세살배기 대하듯 어르고 달랬기에 처음에는 아들이 정신지체라 과잉보호하는 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그가 퇴원을 한지 얼마 안된 중환자임을 알았을 때, 병든 자식이 안쓰러워 안절부절 못하는 노모의 모습은 새삼 특별해 보였다. 그 모습은 뭐랄까, 모자간의 정이라는 게 으레 그러려니 하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끈적한 깊은 사랑이 배어 나오는 그런 모습이라고나 할까. 노모는 다 크다 못해 장성한 아들의 아파하는 어리광을 있는대로 다 받아주었고, 아들 또한 그런 어머니에게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어리광을 마음껏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형편없이 병들고 약해져서 도무지 이 험한 세상에서는 아무 짝에도 쓸 수 없을 것만 같아도, 그래서 남에게는 기껏 생의 짐덩이 밖에는 안되어 보인다 할지라도, 어머니에게는 그런 아들이 그냥 살아있는 것 만이 의미가 될 때, 아들은 제아무리 무지렁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도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생명이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이 두 모자는 그런 사실을 증명하려는 듯 남의 눈도 아랑곳 않고 병원 한 구석에서 서로간의 사랑을 주고 받고 있었다.
동물의 세계에서 병든 사슴의 엄살은 사자의 처단을 부르는 신호음이 될 뿐임을 너무나 잘 알아서 일까. 어떻게 보면 자칫 우스울 수도 있을 이들 모자의 모습이 내게 감동스러운 것은 그것이 오직 인간이기에 베풀어지는 따뜻한 사랑의 어리광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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