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현 정부의 징크스

징크스란 흔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악운을 말한다. 길흉을 점칠 때 개미잡이라는 새를 이용한 옛 그리스인들은 목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이 새의 모습이 음산하기 그지없어 불길한 새로 취급해 윤그스(Junx)라 불렀다. 이게 영어로 바뀌면서 징크스란 말이 태어났다. 한마디로 재수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국민의 정부 들면서 묘한 징크스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꼬리를 물고 일어난 굵직한 사건이나 말썽 때 마다 넉살 좋은 마님들이 자리의 앞 뒤를 떡 버티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웬만히 간 큰 남정네들도 속에는 질탕관에 두부장이 끓지만 이를 지켜 보는 순간만은 영판 뺑덕 어멈 만난 심봉사 꼴이다. 주양자 전 복지부장관이 땅 투기 의혹에 말려 결국 낙마하자 후임 김모임장관 또한 국민연금 관계로 물러났다. 시간이 좀 흐르긴 했지만 손숙 전 환경부장관이 모스크바에서 달러 수수로 취임 한달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뒤이어 나라를 뒤흔든 고급 옷로비 사건이 터진다. 국민들을 꼼짝없이 TV앞에 묶어 두었던 옷로비 청문회는 결국 양파를 까는데 그쳤지만 전 법무부장관부인 연정희씨, 전 통일부장관부인 배정숙씨, 김정길청와대수석 부인 이은혜씨 등 면면이 기라성 같은 이름들만 브라운관에 남기고 일시적으로 묻혀버렸다. 그런데 참 묘한 인연들이다. 어저께부터 파문을 몰고온 국민회의 김옥두총재비서실장 부인 윤영자씨의 청탁성 보험계약에서 임창열경기지사부인 주혜란씨를 비롯 옷로비 사건에 연루된 부인들이 또 다시 거론돼 얄궂은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물론 법률적인 문제도 차차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권력주변의 안방마님들이 해도 정말 너무한다. 왜 이런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을까? 일설에는 우리사회가 유독 여성들에 폐쇄적 구조를 가지고 있고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경직성에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통치자의 여성관에 구멍이 뚫린게 아닌지 걱정이다. 젖가슴 주린 강아지 죽사발 핥듯 권력을 핥는 마님들이 징크스를 더 만들지는 않아야 할텐데.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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