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공자의 '논어'는 낡은 고전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당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그것이 고전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논의되어 왔다는 사실은 그것의 가치를 반증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공자의 핵심 사상인 '인(仁)'의 사상을 완성시킬 수 있는 구체적 형식인 '예(禮)'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함으로써, 이 시대의 인간 문제를 풀어내는 데 지침이 될 만한 교훈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의 세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각박하고 그만큼 다툼도 심하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논어를 많이 읽지도 않고, 배우려고도 않는다.
현대인들의 행동 양태를 살펴보면 도대체 남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가 막힐 지경이다. 정체되는 고속도로에서 갓길 주행을 하는 사람들은 지각 있는 사람의 행동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아마 그들도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도 갓길은 비상시에 응급 구난 차량이 통과하는 길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들이 달림으로 인해 살아날 수 있는 귀한 생명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금 지체되는 것을 견디지 못해 갓길 주행을 하는 것은 남에 대한 배려 정신이 없어서이다. 또, 양보 정신도 많이 부족하다. 노약자나 어린이 등 남에 대해 양보하는 행동도 점점 보기 드물어진다. 버스에서 좌석을 양보하는 모습이 갈수록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복잡한 시장에서 들고 다니는 생선이 다른 사람의 옷을 더럽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게다가 다툼이 생길 때는 불구대천의 원수를 대하듯 한다. 마치 둘 중의 하나가 없어져야 해결될 것처럼 다툰다. 가벼운 교통사고가 일어난 거리의 현장에서 그런 모습은 흔히 눈에 띈다. 그리고 그 다툼은 흔히 법으로 해결하고자 든다. 상대방의 처지를 조금만 생각하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일도 재판장처럼 누가 옳은지를 가리고야 말겠다는 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 양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아니, 모두가 함께 망하는 길이다.
공동체 생활의 위기를 몰고 올 수도 있는 이 현대인의 행동 양태에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을 공자의 '예(禮)'에서 찾을 수 있다. 공자의 사상인 '인(仁)'이 이기적인 마음을 넘어서서 자기와 더불어 살고 있는 타인에 대한 존중의 배려에서 피어나는 정신이라면 '예(禮)'는 그것을 완성시키는 구체적 형식이라 한다. 따라서 현대인들도 예(禮)를 익혀 예가 몸에 배인 생활을 한다면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갓길 통행 같은 염치없는 행동도 사라지리라 믿는다. '먼저 인사하자'는 캠페인도 예의 있는 행동을 하자는 다른 표현이다. 남에 대한 배려는 곧 양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서로 간에 사소한 다툼이 생길 때는 양식있는 태도로 서로를 이해하려 애쓸 것이므로 문제 해결을 위해 법에까지 호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자의 사상은 인간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오랜 세월에 걸쳐 다루고 있다. 그것은 공자의 사상이 시대적 변천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가지는 보편성이 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공자의 사상인 인(仁)의 정신을 구현하는 형식적 덕목 예(禮)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함으로써, 이 시대의 인간 문제를 풀어내는 데 지침이 될 만한 교훈을 다시 발견하여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주영 (경북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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