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제시문 (가)는'삼국유사'에 나오는 '손순매아(孫順埋兒)'이다. (나).(다)를 참고로 하여 (나)에서 손순이 처한 상황을 도덕적 선택 상황으로 간주하고, 그의 행위의 목적과 결과를 고려하여 손순이 행한 행위가 정당한지 혹은 부당한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가)손순(遜順)은 모량리 사람이니 아버지는 학산(鶴山)이다. 아버지가 죽자 아내와 함께 남의 집에 품을 팔아 양식을 얻어 늙은 어머니를 봉양했는데 어머니의 이름은 운오(運烏)였다. 손순에게는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항상 어머니의 음식을 빼앗아 먹었다. 손순은 민망히 여겨 그 아내에게 말했다. "아이는 다시 얻을 수가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구하기 어렵소. 그런데 아이가 어머니 음식을 빼앗아 먹어서 어머니는 주림이 심하시니 이 아이를 땅에 묻어서 어머니 배를 부르게 해드려야겠소" 이에 아이를 업고 취산(이 산은 모량리 서북쪽에 있다) 북쪽 들에 가서 땅을 파다가 이상한 석종(石鐘)을 얻었다. 부부는 놀라고 괴이히 여겨 잠깐 나무 위에 걸어 놓고 시험삼아 두드렸더니 그 소리가 은은해서 들을 만했다. 아내가 말했다. "이상한 물건을 얻은 것은 필경 이 아이의 복인 듯 싶습니다. 그러니 이 아이를 묻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남편도 이 말을 옳게 여겨 아이와 석종을 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종을 들보에 매달고 두드렸더니 그 소리가 대궐에까지 들렸다. 흥덕왕(興德王)이 이 소리를 듣고 좌우를 보고 말했다. "서쪽 들에서 이상한 종소리가 나는데 맑고도 멀리 들리는 것이 보통 종소리가 아니니 빨리 가서 조사해 보라" 왕의 사자(使者)가 그 집에 가서 조사해 보고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니 왕은 말했다. "옛날 곽거(郭巨)가 아들을 땅에 묻자 하늘에서 금솥을 내렸더니, 이번에는 손순이 그 아이를 묻자 땅 속에서 석종이 솟아나왔으니 전세(前世)의 효도와 후세의 효도를 함께 보는 것이로구나" 이에 집 한 채를 내리고 해마다 벼 50석을 주어 순후한 효성을 숭상했다. -일연, '삼국유사' 중에서-
(나)도덕적 선택 상황에서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해주는 것에는 크게 목적론과 의무론이 있다고 한다. 윤리학에 있어서 두 개의 주요 개념은 옳음(정당성)과 좋음(선)이며 도덕적으로 가치있는 인격이라는 개념도 이들로부터 도출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윤리설의 구조는 대체로 이 두 가지 개념을 규정하고 관련지우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그것들을 관련지우는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목적론을 들 수 있는데, 여기서는 우선 좋음을 옳음과 상관없이 규정하고 옳음은 그 좋음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옳은 제도나 행위란 쓸만한 대안 중에서 최대의 선(좋음)을 산출하는 것이든가 아니면 적어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다른 제도나 행위 만큼의 선(좋음)을 산출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존 롤즈, '정의론' 중에서-
(다)의무론적 이론들은 목적론적 이론들이 주장하는 바를 부인한다. 그들은 행위나 규칙이 갖는 결과의 선과 악 이외에 행위나 규칙을 옳은 것으로 만드는 의무 혹은 의무가 되게 하는 또 다른 고려 사항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행위가 산출하는 가치와는 달리 행위 그 자체의 어떤 특성으로서, 예를 들면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정의로운 것이거나 혹은 신이나 국가가 명한 바라는 것 등의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달리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즉 어떤 행위나 행위 규칙은 자신과 사회 혹은 우주에 있어서 악을 뺀 나머지 선의 가능한 최대치를 조장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도덕적으로 옳거나 의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윌리암 프랑케나, '윤리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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