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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꿀꿀이식품'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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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모두 기성세대의 잘못인데, 아이들이 굶고 있다는 사실에 웬지 화가 났지요"

돼지고기 납품업체인 대구시 북구 칠성동 꿀꿀이식품 이형우(45) 영업이사는 그동안 점심값을 대납해줬던 ㄴ중학교 김모군을 최근 만났다. 부친이 부도를 내고 가출한 뒤 형.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김군은 이씨를 보자 무슨 죄라도 지은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며 수줍어했다. 그러나 김군의 이런 모습에 안쓰러움과 죄책감으로 뒤범벅돼 몸둘 바를 몰랐던 것은 오히려 이씨였다.

꿀꿀이식품이 결식학생 돕기에 나섰던 것은 지난 98년 9월쯤 언론을 통해 결식아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부터다. 이씨의 제안에 따라 꿀꿀이식품 사원들은 점심식사를 직접 조리해 먹는 대신 점심값을 모아 ㄴ중학교와 ㅈ여중의 학생 4명을 도와주기로 했다. 가을철엔 김장을 해서 김치 수십포기를 보냈다.

이씨는 꿀꿀이식품 이상석(45) 사장과 아동보호시설 에덴원도 정기적으로 방문, 정을 나눠주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 이씨는 에덴원을 찾을 때 마다 아이들에게 1천~1만원까지 용돈을 줬었다. 이씨는 "등하교 때 군것질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나이 때는 얼마나 슬픈 것인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꿀꿀이식품은 지난해부터 에덴원에 매달 돼지고기 1, 2 박스를 보내주고 있으며 최근엔 체육복 60여벌을 맞춰주기도 했다.

이씨가 꿀꿀이식품의 이웃돕기를 선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경험했던 뼈저린 실패를 지금도 잊지않고 있기 때문. 지난 96년말 유통업을 운영하다 부도를 낸 이씨는 자녀들을 여동생에게 맡기고 1년여간 도피생활을 했었다. 지금은 모든 부채를 정리하고 사업도 번창일로에 있지만 당시를 생각하거나 불운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 우울해진다는 것.

이씨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자기들을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내줬으면 좋겠다"며 "누구나 어려운 시기는 있는 법이지만 서로 도와주면서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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