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0학년도 서울대 논술문제 해설

〈제시문의 출전과 내용 요약〉

제시문은 계몽주의 시대 사상가 루소(J. J. Rousseau, 1712~1778)의 '에밀'(mile, 1762) 제2부의 한 대목이다. 이 대목에서 루소가 말하고 있는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시문 전문은 별첨 문제지 참조)

사람은 누구나 이성을 갖추는 시기에 도달할 때까지는 도덕적 존재나 사회적 관계에 대한 관념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적어도 10세 전후의 아이들에게 그러한 개념들을 사용하거나 토론을 통하여 도덕 교육을 하려는 것은 교육의 순서를 거꾸로 밟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이 말만으로 만족하는 습관에 젖고 논변을 잘하는 자신이 마치 지혜로운 사람인 양 착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초기에 갖게 되는 잘못된 관념은 성인이 되어서도 바로 잡기 힘들고, 오류와 악덕의 씨앗이 된다. 그러므로 교육에 있어서는 특히 첫발을 주의하여 내딛도록 해야 한다. 아직 이성적 판단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그러나 감성적인 자극에 예민한 시기에 있는 어린아이들은 그들 특유의 사물을 보는 법, 생각하는 법, 느끼는 법을 가지고 있다. 이성적인 토론은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 방법이 아니다.

〈출제 의도〉

새로운 세기에도 바람직한 인간상은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 인간'이고, 이러한 사람의 양성은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 목표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논술'은 수험생으로 하여금 건전한 사회적 삶과 문화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장기초적인 문제들 가운데 하나를 환기시키고, 그러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도대체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 인간은 어떻게 형성되는가?"―그러한 사람은 저절로 또는 자연적으로 형성되는가, 아니면 어떠한 자연적인, 사회적인 조건 아래에서 일정한 교육을 통하여 형성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인간은 이상적인 관념일 뿐 실제 형성은 불가능한 것인가?도덕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 형성'에 대한 관심과, 학교 교육 및 동서양의 고전 읽기를 통해 얻은 사고의 깊이를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 출제의 중요한 의도이다.

〈가능한 답안 작성 요령〉

주 논제는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인 인간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이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인 인간의 모습을 규정하고, 도덕교육의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면서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 인간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가를 논의해야 한다. 따라서 제시된 두 가지 논점은 주 논제에 대한 답안 작성의 실마리가 된다.

먼저, 첫째 논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는 소재를 제시문 가운데서 찾는다. 제시문에서 찾을 수 있는 '이성'의 규정 요소로는, 도덕적 존재라든가 사회적 관계에 대한 관념을 가지는 능력, 감각과는 다른 것, 개념적인 토론의 능력, 인간의 모든 능력 중에서 다른 모든 능력들을 종합한 능력,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가장 늦게 발달하는 능력, 교육의 최종적인 목표, 이치를 분별하는 능력, 합리적인 동기에 의해 무엇인가를 설득하는 성향, 선·악의 가치를 구별하고 의무들을 이해하는 능력, 판단력 등이다. 이런 요소들과 평소의 독서와 사고를 통해 '이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개념을 활용하여 자기가 생각하는 '이성'의 개념을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도덕성을 갖춘'의 규정 요소는 제시문 가운데서 많은 것을 찾을 수 없지만, 그러나 핵심적인 요소들인 선과 악을 아는 것, 인간이 왜 여러 가지 의무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 등이 제시되어 있다. 나아가 가치 기준과 의무 개념에 대한 이해와 함께 원리적 규범의 내면화를 통한 실천력의 함양이 강조될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 인간의 모습은 사회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덕목을 내면화하고,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는 형태로 그려질 수 있다.

다음으로, 둘째 논점에 대해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할 소재를 제시문에서 찾는다. 제시문 전체의 내용을 요약하면, 글쓴이는 10세 정도의 아이에게는 이성적인 방법에 의한 도덕 교육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러 가지 부작용 내지 해악을초래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 대한 도덕 교육이 전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다. 감성적인 지도를 통해서는 도덕 교육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의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거나 반박하면서,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규율을 통한 초기 도덕 교육의 가능성과 중요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주 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논술한다. 이때,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 인간이 저절로 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다고 생각하면 그이유를 밝히고, 일정한 자연적 사회적 조건 아래에서만 형성된다고 생각한다면 그조건들의 내용과 적절성을 구명한다. 또한 일정한 교육 과정을 통해서 형성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과정을 제시한다. 이와는 달리 어떻게 해도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 인간의 형성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힌다. 끝으로,필요하다면 마무리말을 덧붙인다.

〈채점 요소〉

①지시 사항을 준수하고 있는가?

②논제를 올바로 파악하고 있으며, 논거는 적절한가?

③구성은 논리적이며, 표현은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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