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H.O.T '아이야 '

중국인들이 말하는 뉴 밀레니엄은 '첸니엔시'(千年禧)다. 그런데 13억 중국인들이 천년만에 맛보는 경사의 해 벽두에 한국의 청소년 가수들인 H.O.T(High-five Of-Teen-Ager)가 서막을 열고 있다. 중국의 매스컴들이 '한리유'(韓流)라고 부를만큼 예기치 못했던 한국바람은 베이징(北京) 중심가에 위치한 노동자 체육관(工人體育館)을 뜨겁게 달궈놓을 기세다. 1만2천명 수용의 이 체육관에 80위안(元)에서 1천위안까지의 7종의 입장권중 99%가 공연(2월1일) 하루를 앞두고 매진됐다니 웬만해서 눈만 끔벅거릴뿐 좀체 요란스레 놀라지 않는 중국 청소년 아빠들을 들었다 놓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입장권중 최고가인 1천위안이라면 웬만한 도시가정의 부모 월급을 합쳐놓은 거액이다. 중국이 1가구 1자녀로 본격적인 가족계획을 실시한 후에 태어난 청소년 팬들이라 중국사회에선 이들이 '샤오황띠'(小皇帝)로 불린다. 아빠, 엄마들은 비록 20위안짜리 싸구려 도시락을 먹어도 집집마다 하나밖에 없는 그들이 한번 사달라면 값은 고하간에 다 들어줘야 하는 행복한 세대라서 황제로까지 불리고 있다. 중국 청소년들이 무엇때문에 H.O.T에게 이처럼 매료되는가. 주로 발라드풍 위주의 리듬에 젖어왔던 중국 팬들이 빠른 리듬의 현란한 댄스뮤직의 H.O.T를 처음 접하고 홍콩만이 새로운 대중문화의 공급처라고 인식해왔던 그들의 머리를 뒤흔들어 놓았을 게 틀림없다. 이미 베이징의 중심가 둥시베이다(東西北大) 거리에 등장한 H.O.T 음악카페를 통해 히트곡 '아이야'(Iyah)의 노래말도 소개됐다. 아이야!/니가 속한 세상에 넌 너무너무나도 아름다운 세상에 난 그렇게 모든 것을 아름답게만 보는 것만 배웠지 않니/추한 것들은 가리라고 배웠지/중략/저리가/모조리 가/제발 가치없는 말로 유린하지마/중략. 중국의 아빠.엄마들도 이 정도의 노래말 내용이라면 그들을 이해하는데 그다지 혼란이 없을 듯하다. 곡목 '아이야' 역시 그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발산하는 가벼운 의미의 감탄사 '아이야!' 하고도 발음이 맞아 떨어진다. 더구나 노래말의 끝 부분인 '우리들이 추구하는 모든 것들 언제나 그안에 욕심은 없는지/지켜내야 해/다음 세기가 올때까지. 를 들으면 이해의 정도가 아니라 팬까지 될지도 모른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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