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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는 여자들 중에는 대단한 술꾼들이 더러 있다. 나도 술자리를 오래 지키는 쪽에 들어가지만 더러 두 손 두 발 다 들만큼 술 실력이 막강한 여자도 있다. 누가 만약 이들에게 여자가 무슨 술이냐는 조의 말을 하는 사람은 아마 간이 아주 큰 쪽에 속하리라.

일찍이 빙허 현진건은 그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에서 식민지 지식인이 술을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을 사회 탓으로 돌렸다. 오늘날은 무엇이 여성들로 하여금 술을 마시게 하는지 그 탓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술을 마시는데 남녀가 유별한 따위의 고리타분한 논리도 '공소시효'가 지난 지 오래지 않는가.

그런데 내가 사는 안동은 아직도 여자와 술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는 쪽이 있다. 얼마전의 일이다. 부산에 사는 모씨가 안동문학답사를 위한 사전답사를 왔을 때의 일이다. 여차저차해서 안내를 위해 저녁 식사 자리에 불려 나갔다. 안동에서는 알아주는 숙박업소에 식당, 회의실을 갖추고 있는 곳이었다. 얼핏 50은 족히 넘은 그는 아내와 같이 있었다. 이내 밥이 나오고 반주를 곁들일 셈으로 소주를 주문했다. 아니나 다를까, 술잔이 달랑 두 개만 나왔다. 여자 몫을 뺐으니 당연히 술잔은 남자들 앞에만 놓였다. 그녀는 여자에게 술잔을 주지 않는 곳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새 천년의 첫 설날도 지났다. 그 날은 일가친척이 모여 세주(歲酒)를 마셨으리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차례를 지내고 음복을 나누며 복주(福酒)도 나누어 마셨으리라. 그 엄격한 유가 법도도 거의 사라진 지금에는 그리 허물이 될 일도 아닌 세월이 되었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했던가. 자치단체들이 여기에 발맞춰 관광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징있는 볼거리가 아쉬운 판에 나는 여자에게 술을 권하지 않는 안동의 모습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여성들에게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하는 말이다.

권오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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