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지만 요즘 '벤처'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만큼 21세기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좌우할만한 새로운 직업과 비즈니스가 속출하고 있고, 직업에 대한 인식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21세기의 패러다임이 낳은 신종 직업들은 요즘 신세대들에게 또 하나의 우상이자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난 1998년 미국 노동통계국이 펴낸 '미래직업백서'에 따르면 21세기 유망 직업은 공통적으로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서비스 업종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21세기 직업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 전문지식을 따라잡아야 생존할 수 있는 전문직종이 대부분. 이같은 직업 상(像)을 대변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E-비즈니스, E-라이프 시대를 맞아 'E-랜서'로 불리며 직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터넷과 컴퓨터와 관련된 이들 신종 직업들은 개성있는 전문가들의 활동무대다. 문화예술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가상공간을 작업 영역으로 하는 다양한 신종 직업들 중 디지털 애니메이터, 웹 아티스트,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에듀테인먼트 프로듀서, 게임 디자이너, 게임 시나리오작가, 컴퓨터 출판기획가 등이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다.
이제는 '기술이 예술을 바꾼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뉴 밀레니엄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화 마인드가 빈약한 일반인들도 점차 그 말뜻을 이해할 정도로 이 명제는 향후 문화예술계에 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녹음기술과 통신기술의 발달은 21세기 음악의 방향을 바꿔 놓고 있으며, 음악의 활동영역을 전통적인 무대가 아닌 가상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작곡과 연주, 감상 분야를 아우르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미래형 오페라의 출현을 가능케 하고 있다. 소수 예술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예술작품의 구도를 해체시킨다. 감상자의 위치에 머물렀던 청중들을 직접 작업에 참여시키고, 청중들이 인터넷을 통해 대본을 쓰며 계속 업그레이드시켜 인터넷을 통해 실황중계까지 되는 '미래형 오페라'의 출현은 예술의 변모를 실감케 한다. 또 컴퓨터 음악은 문학과 연극, 음악 등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영화와 비디오, 슬라이드, 무용, 레이저, 건축 등 다른 미디어와 통합된다. 이런 멀티미디어 작품은 미래 예술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3D기술을 적용시켜 새로운 애니메이션 역사를 쓴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나 놀이와 교육, 예술이 통합된 '에듀테인먼트 아트',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확산되고 있는 웹 아트, 시각예술의 새로운 전형인 멀티미디어 아트 등은 새로운 예술형식을 잉태하고 있다. 이 분야에 뛰어든 젊은이들에 의해 새로운 예술의 역사가 쓰여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부 노영해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 실시간 연주와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무대가 음악계의 판도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디지털과 인터넷이 만들어내고 있는 풍속도는 놀랍다. E-랜서들의 활동무대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 수준만큼 앞으로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일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이 분야의 기술발전과 보편화가 더욱 앞당겨질 전망이다.문화산업진흥기금 확대 및 관련 기관육성 등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은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조만간 더욱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재택 근무'를 예측했다. 97년 미국 전체 근로자의 10%는 재택근무자로 집계되고 있다. 직장과 가정의 전통적인 개념을 허물어뜨리는 이런 라이프 스타일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뤄진 결과물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문명이 심화되고 보편화될수록 인간 삶의 양상은 급격히 변모한다고 말한다.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보·문화산업이 경제를 주도하고, 첨단 정보화 사회로의 진행은 인간 의식마저 새롭게 바꿔 놓는다. 이같은 변화의 소용돌이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현재의 시점에서 관측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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