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탕·삼탕… 돌고 도는 총선공약

총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여야 각당의 공약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각 당의 공약 중엔 표만 의식한'선심성'이나 실현가능성과는 무관한 '사탕발림'사례가 적지않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며 기존 정책을 재탕, 삼탕식으로 우려먹고 심지어 베끼기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게다가 상대당 공약을 흠집내기 위한 공방전도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 등을 겨냥, 지난달 말부터 1일 1건 식으로 온갖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8일엔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성폭력 범죄에서 친고죄 규정을 폐지하는 등 20여가지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성부 신설이나 중앙 부처 및 지방 자치단체의 각종 위원회에 30%이상 여성이 참여토록 하겠다는 것 등은 발표됐으나 당장 현실화되기가 어렵다.

주택보급 50만 가구 확대, 전세금 차액 융자제도 확대 등의 공약에는 2조4천500억원정도의 재원이 소요되는 것이어서 재원마련 방안이 없으면 유명무실해진다. 이에 앞서 중고차의 자동차세를 연차적으로 경감시키거나 휴대폰 전화료를 평균 15% 인하하고 달동네 지역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780억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하는 등의 공약도 발표했으나 대부분이 선심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당은 한나라당의 농가부채 경감방안과 관련, "14조원중 7조원의 연대보증 부채를 정부보증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은 현 정부 정책"이라며'베끼기'로 몰아 붙였다. ○…한나라당도 이날 추석과 설 연휴기간중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토록 하는 한편 모든 교육비에 대해 100% 소득공제를 실시하는 동시에 저소득층 자녀의 과외지도를 맡을 자원봉사단을 조직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통행료 면제는 현실성이 결여된 선심 공약이란 지적도 적지않다.

게다가 전날 발표했던 향후 5년간 8조원 규모의 농·어가 부채 대책비를 투입하는 특별법 제정 등의 방안을 둘러싸곤 베끼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당은 정부가 농가부채 7조원의 이자율을 12.6%에서 6.5% 수준으로 낮추는 정책을 추진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14조원 규모의 상호금융 금리를 5%까지 더욱 낮추자고 한 것은 베끼기가 아니라 정책경쟁"이란 식으로 맞받아 쳤다.

당은 여성정책도 조만간 발표키로 했으며 이중엔 정부 탁아소 확대 및 민간 탁아소에 대한 지원강화, 여성가장에 대한 주택분양 우선권 부여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

○…자민련은 보수층 표결집에 초점을 맞추고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와 사정거리 800km 이상의 미사일 개발, 평화적 핵주권 확보 등 안보·국방 쪽에 무게를 두었다. 자민련은 또한 교원정년 63세 보장, 장애인 생계보조수당 인상, 자동차세 인하 등의 공약도 개발했다.

당은 여성표를 겨냥, 출산휴가를 2개월에서 12주로 늘리고 여성 근로자들에게 가족의 간호를 위해 1년 이내의 휴직을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또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차원에서 국회의원 비례대표와 당내 고위직에 30% 이상 임명키로 했으며 정부의 각종 위원회와 국·공립대의 여성교수비율도 30%가 되도록 유도키로 했다. 출산 휴가 12주 확대 등 다수 공약이 민주당 측과 겹치고 있다. 게다가 산재보험 적용대상을 전업 주부로까지 확대한다는 등의 비현실적인 선심공약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민국당도 조만간 총선공약 제시를 위한 당 내 전담기구를 구성, 중산·시민층 안정대책과 농어촌 부채경감 등 국제통화기금 체제하에서 상대적으로 심했던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대략적인 지원대책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국당은 그러나 기존의 여야 정당들이 실현가능성도 없는 헛된 약속을 남발하는 구태를 보이지는 않을 방침이다. 조순 대표는 8일 "근거도 없이 구체적 공약을 제시,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구시대 정치행태를 따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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