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 사이에 대유행으로 등장한 '엽기적' 신드롬. 본래 변태적이고 괴이하다는 의미의 이 '엽기적'이란 말은 이제 모든 이야기의 재미를 끌어내는 대표적 표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PC통신 및 인터넷 게시판은 '엽기'라는 단어를 제목에 삽입해야 조회수를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PC통신에서 수백회의 조회수를 올리고 있는 '엽기적 피카추'. 어린이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끄는 만화영화 포케몬의 주인공 피카추를, 귀여운 유아를 연상케하는 본래 모습과는 달리 근육으로 뭉친 역삼각형 체격에 번개형 꼬리, 음흉한 눈, 일그러진 입술을 가진 괴물로 그리고 있다. 특히 팔뚝에 새긴 에로스 문신과 온몸에 나타나는 칼자국은 야쿠자 이미지 그대로다.
TV 인형극을 만화 형식으로 패러디한 '엽기적 텔레토비'는 텔레토비들이 토끼피로 염색을 하거나 이들 중 하나인 '뚜비'가 과도로 토끼를 죽이고 이를 목격한 '나나'까지 살해, 식탁에 올린다는 섬뜩한 줄거리지만 네티즌들은 '재미있다'는 반응 일색이다.
PC통신 및 인터넷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게임 '엽기적 산타'는 산타클로스가 루돌프 썰매를 타고 비행하며 텔레토비, 피카추 등 어린이용 캐릭터들을 총으로 쏘거나 썰매로 받아 격파한다는 내용.
이밖에 '엽기적 그녀' '엽기적 며느리' '엽기적 스님' '엽기적 여고생' 등의 엽기성 유머 시리즈가 높은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대부분 폭력배 두목 같은 승려, 첫 만남 때부터 욕설과 폭행, 폭주로 남자를 놀라게 하는 젊은 여성 등이 주인공으로 사회적 통념과 배치되는 행동을 하는 인물들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은 가족, 성역할 등 전통적 가치에 저항적인 N-세대의 특성이 '엽기성'으로 나타났다고 풀이하고 있다. '순수' '귀여움' '연약함' 등 어린이적 특성을 지닌 피카추를 엽기적인 괴물로 뒤집는 것은 어린이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현대 핵가족'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라는 것.
마음과마음 정신과의원 김성미 원장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젊은 층의 불안감이 '엽기'라는 공격성으로 표현되고 있다"며 "이같은 성향을 건설적 비판정신으로 유도하기 위한 기성세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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