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여권실세의 싹쓸이론

사람은 다급할 때 본색이 드러난다고 했든가. 16대총선이 막판에 들면서 일부 후보들은 돈봉투를 돌리다 적발됐는가하면 자기가 경영하는 기업의 종업원을 동원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하는 사례들은 후보들의 추악한 본색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부정한 행동은 아니지만 진주의 한 출마자가 선거종반에 자신을 알리기 위한 비장한 방법으로 논개처럼 남강에 투신하는 해프닝을 벌였다는 소식은 안쓰러운 마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본색을 드러내는 것은 그래도 선거기에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것은 선거시작이전부터 여당, 야당, 선거관리위원회, 검찰, 시민단체 등이 나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김대중 대통령까지 나서서 뿌리 뽑겠다던 지역감정선동이 막판에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영호남과 충청지역에서 여야간에 공공연히 "싹쓸이"니"점령"이니하는 원색적 표현이 지금 또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 감정과 관련해선 김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여러차례 주목할만한 발언을 한바 있다. 지난 2·28 40주년행사때 대구에서 지역감정에 쏠린 투표를 하지말 것을 강조했고 3·1절 치사에선 선거에서 지역주의를 악용하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결단코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김대통령은 지역감정을 없애기위해 본적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선거를 4일 앞두고 여당의 최고 실세로 알려져있는 권노갑 민주당고문은 광주에서 "광주에서 민주당후보들이 모두 당선되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또 한화갑 호남선대본부장은 무소속이 표를 달라는 것은 김 대통령을 배반하는 것과 같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야당의 지역색 발언은 접어두고라도 대통령의 결연한 지역감정해소 의지가 여당실세들에 의해 무너지는 이 현상들을 대통령 자신은 어떻게 보고있고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할 뿐이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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