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산 진달래꽃 보고푸다래"

가슴이 벅차다. 고향에 정말 갈 수 있을까. 이번에도 못가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꼭 갈 수 있을거야.

평양이 고향인 차완용(80.대구시 중구 남산동)씨. 어느 실향민 못지않게 고향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에게 남아있는 아픈 기억 하나. 지난 85년이었다. 고향방문단 방북 때 명단에 올랐지만 북한의 거부로 45년만의 꿈이 무산됐다. 고향에 두고온 아내(81)와 벌써 반백이 다 됐을 3남1녀의 얼굴이 아른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큰아들이 벌써 환갑이 다 돼 가네요. 1.4후퇴 때 혼자 내려왔으니 헤어진 지가 벌써 50년이 됐군요"

지난 96년 수소문끝에 미국쪽 친지를 통해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모두 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지난해까지 몇 차례 서신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보고싶은 마음 더욱 사무친다.

"오늘은 장롱 속에 넣어둔 사진을 꺼내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날 때 못 알아보면 안되니까" 차씨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전해진 10일 실향민들은 한 목소리로 "살아 생전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며 북에 둔 가족들과 상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대구시 중구 시민회관 3층에 있는 이북5도 대구사무소에는 이날 하루종일 실향민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날 사무실을 찾은 실향민들도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다독거리면서도 몹시 설레는 표정이었다.

평남 강서 출신 안용규(70.대구시 남구 대명11동)씨는 "이산가족찾기 때도 북에 있는 가족들 피해가 걱정돼 신청하지 못했다"며 "90이 넘으신 어머니가 살아계시면 좋겠지만 그렇지않다면 성묘라도 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아직 생사 확인도 못한 아우들의 소식만이라도 듣고 싶다"는 이황석(69.남구 봉덕2동)씨도 "고향 평북 정주 근처에 있는 약산 진달래도 이제 곧 활활 타오를텐네 꼭 다시 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李尙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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