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북공동 음악회 잇따를듯

10일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합의 소식은 문화예술분야의 교류 활성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문화예술교류는 남북간 대화 분위기에 크게 좌우된 것이 사실. 1990년을 전후해 음악계를 중심으로 처음 이뤄진 남북교류는 90년대 중반이후 남북정치상황이 냉각되면서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가 최근 다시 활기를 띠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5월로 연기된 '2000 평화를 위한 국제음악회'의 평양공연건에서도 알 수 있듯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는 등 살얼음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격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합의는 향후 양측의 문화예술교류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상회담에 따른 남북 각 분야별 문화교류 전망에 대해 짚어본다.

▲공연=그동안 남북 문화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온 공연예술의 경우 화해 분위기가 정착될 경우 가장 먼저 교류가 확대될 분야. 금난새씨가 지휘하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조수미씨 등 남북 음악인들이 함께 출연할 예정인 '2000 평화를 위한 국제음악회' 평양공연이 5월로 연기되기는 했지만 화해 분위기를 타고 교류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윤이상음악제 등 그동안 우리측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못한 여러 음악회의 남북공동개최 등도 한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지난해 말 평양의 남북합동음악제를 녹화중계한 방송계도 남북화해무드에 고무된 상황.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는 소속 방송팀 5명을 이달말 평양에 보내 25-29일 현지에서 남북이 함께 공연하는 '창극 춘향전'을 취재, 중계할 예정이다. 독립제작사 네오비전도 북한측과 공동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키 위해 이달말 취재팀이 방북,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전시=정상회담 소식은 현재 준비중인 남북미술교류전에 순풍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미술인들은 최근 5월과 6월에 대규모 사이버 전시회와 판문점 전시를 기획, 추진해왔다.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이미 합의, 5월에 개최하는 이 행사는 남북한과 해외교포 미술가 3만5천명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사이버미술전. 한국미술협회(이사장 박석원)는 10일 "남한 2만명, 북한 1만명, 해외교포 5천여명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남북한·해외교포 사이버 미술전'을 5월 20일부터 31일까지 사이버 공간상에서 연다"고 공개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새천년준비위원회가 발표한 남북작가 33인전도 오는 6월 판문점에서 닷새간의 일정으로 열릴 예정으로 북한작가 15명의 작품이 이미 인천항에 도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그간 물밑에서 추진되어온 남북 합작영화 제작계획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2건의 남북합작영화 제작건과 부산국제영화제에 북한영화 초청 등을 위한 접촉이 진행돼 왔으나 소극적인 북한측의 태도로 큰 진전이 없는 상황.나운규의 일대기를 담을 영화 '아리랑' 공동제작 문제를 북한측과 협의해온 SN21 엔터프라이즈의 김보애 회장은 오는 20일 재차 북한을 방문, 조선수출입영화사측과 실무문제를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담을 영화 '명성황후'의 공동제작건과 남북 공동영화제 개최 등을 추진해온 김호선감독도 정상회담 성사이후의 여건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학술·출판·문화재=출판계는 그동안 양측간의 미묘한 관계로 인해 출판물 교류가 지지부진한 상황. 현재 국내에는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은 출판물과 저작권 협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출판물 등 두가지 유형의 북한 출판물이 유통되고 있다. 정부승인이 난 출판물로는 CD롬 형식으로 나온 북한사회과학원의 '발해사연구'를 비롯 '이조실록' '팔만대장경' '조선식물지' 등 10여종에 불과한 실정. 반면 수백여종의 북한서적들이 저작권 협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간돼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출판계에서는 농업과 기술 등 서적의 경우 이념도서가 아니기 때문에 상황만 허용되면 언제든지 북한에서 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남북 출판물 교류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저작권 협약체결'이라고 출판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한편 학계에서도 남북문화재 조사발굴에 대한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북한 문화유산을 공동으로 조사, 관리할 수 있는 계기를 우선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반응. 문화재 남북공동발굴과 나진·선봉지구 공동발굴 등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학계와 문화재 관리당국은 내다봤다.

남북정상회담이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진전을 가져올 수 있지만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는 상황변화를 감안해 남북간 문화예술교류 문제는 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 그리고 남북 양측이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